터키, 여성 보호 위한 이스탄불협약 탈퇴···국제사회 우려 심화

지난 20일 대통령령으로 일방적 탈퇴 명령
전문가들 "전 세계 여성 보호법 악화시켜"

전수영 객원기자 승인 2021.03.24 20:56 의견 0
(사진=Pexels)

터키가 여성 보호 이스탄불협약을 탈퇴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유럽이사회 이스탄불협약은 유엔 여성폭력철폐선언, 모든 형태의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북경 행동 강력과 함께 여성과 소녀에 대한 성차별 철폐를 위한 로드맵을 제공하는 가장 최근의 국제기구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터키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유엔의 독립 인권 전문가그룹은 23일(현지시간) "매우 걱정스러운 조치"라고 우려했다.

두브라브카 시모노비치(Dubravka Šimonović) 유엔 여성폭력특별보고관은 "이번 결정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위험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가해자를 격려하고 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여성 보호를 제공하고 안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법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질타했다.

독립 인권 전문가들은 이스탄불협약이 여성에 대한 성차별 폭력을 인권 침해로 인정할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정책과 법률을 제정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이스탄불 협약 이행은 다른 국제 표준과 함께 국가 차원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달 사이 터키 내 일부 보수 정치인과 단체들은 이번 협약이 '가족을 위협했다'고 우려하고 가족 가치관을 표현했다고 하지만 이는 '성별(gender)'이라는 용어로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전문가그룹은 반박했다.

전문가그룹은 "이 협약은 회원국들에게 여성과 소녀와 그들의 인권을 더 잘 보호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터키는 35개 회원국 중 처음으로 이스탄불협약을 비준했음에도 전문가들은 의회나 사외 전반에서 어떤 토론도 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탈퇴 결정을 발표했다.

CEDAW위원회장이기도 한 글래디스 아코스타 바르가스(Gladys Acosta Vargas) 여성폭력 특별보고관은 "터키와의 대화를 환영할 것"이라며 "국내, 지역, 국제적 차원에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제거하는 데 있어 이 협약의 중요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터키는 이 결정을 재고하고 학계, 시민사회단체, 의회, 사회 전반과 협의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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