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제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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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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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죽마고우의 부친이 소천 하셨다는 문자를 전달받고 한참을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한때는 거의 매일 만나서 철없던 시절의 신세 한탄과 자신들이 꿈꾸는 미래를 함께 소주 잔 을 기울이며 갑론을박 하였던 사이였는데 어느 때 부터인가 서로의 연락이 뜸해지더니 오늘 받은 문자는 근 이년 만 의 소식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친우와의 관계에서 서로가 연락을 주고받지 않을 정도의 일들이 없었는데 왜 서로가 연락을 주고받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에 내려와 있어 상가에 조문할 입장이 못 되었던 나는 돌아가신 아버님이 어린 시절 친구와 나에게 해 주셨던 많은 말씀들이 기억이나 긴 밤을 꼬박 상념에 빠져 있다가 동이 터오는 시간이 되어서야 친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함께하지 못할 수 밖 에 없는 내가 처한 상황과 돌아가신 어른에 대한 죄송함을 대신해서...
오래전 읽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가' 라는 단편소설이 생각났다.
주인공인 천사 미하일은 구두장이인 세몬 과 그의 아내와 생활하면서 세 번을 웃었다.
첫 번째 웃음은 인간의 내부에 있는 것이 사랑임을 깨달았을 때였다.
두 번째는 오늘 중으로 죽을 거라는 사실을 모르고 1년을 신어도 망가지지 않을 신발을 원하는 인간을 보면서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이 바로 자기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지혜'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웃었다.
세 번째는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된 아이들이 아이들과 아무 상관도 없는 여인에 의해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내고 웃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천사 미하일은 '각자 자신을 걱정함으로써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뿐, 진실로 인간은 오직 사랑에 의해 살 아 간 다' 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하늘로 올라가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소천하신 아버님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아내셨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 다.
우리들의 삶은 사랑보다는 정으로 산다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정운현은 `정이란 무엇인가' 라는 글에서 사랑이 뜨겁고 향기롭고 향유하는 것이라면 정은 따뜻하고 도탑고 느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정은 타산적이지 않다. `첫눈에 반했다'고 하듯이 사랑은 짧은 순간에도 생겨날 수 있으나 정은 시간이 흐르고 살아봐야 느낄 수 있다.
살다 보니 정이 들었고, 싸우다 보니 정이 들었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짝사랑이란 말은 있어도 '짝 정' 이란 말은 없는 것처럼 정은 서로 주고받는 쌍방향성이다.
나의 삶의 기간이 얼마나 더 주어질지 모르지만 하루하루 의 일상 속에서 최선을 다해 정을 표현하며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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