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가족 영화 'CODA' 미배우조합 어워드 최우수 영예

청각장애인 커뮤니티에 하나의 분수령
'오징어게임', 드라마 남녀 주연상, 스턴트 앙상블상
영화 남우 주연상에 '킹 리처드' 윌 스미스

안후중 선임기자 승인 2022.03.01 04:00 | 최종 수정 2022.03.01 05:50 의견 0

각종 예측을 뛰어넘어 청각장애인 가족드라마인 'CODA'가 제28회 미국배우조합상 1위에 해당하는 '최우수 앙상블 상'을 차지하면서 '오징어게임' 이정재와 '킹 리처드' 윌 스미스의 수상과 함께 화제를 모았다.

(AP사진=크리스 피젤로)

27일 일요일(미 캘리포니아 현지 시각)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미국배우조합상(Screen Actors Guild Award) 시상식은 청각 장애인 배우, 한국 스타, 할리우드 거물 배우의 수상 조합으로 국경과 장애를 넘어 다양성을 보여준 행사로 마무리됐다.

'Child of Deaf Adults(청각장애인 성인의 자녀)'의 약자인 영화 'CODA'는 시청자들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침묵과 낯선 세계로 끌어들인다.

사랑과 갈등, 드라마, 웃음은 같아도 수화로 소통하는 청각장애인 가족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삶을 그렸다.

이 영화는 수많은 수상에 빛나는 2014년 프랑스 영화 '라 파미유 벨리에(La Famille Bélier)'를 리메이크했다.

원작은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 관객상' 등을 수상하고 애플에 2500만 달러에 판권이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시안 헤더(Sian Heder)가 각본과 감독을 맡았고, 1987년 '작은 신의 아이들(Children of A Lesser God)'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유일한 청각장애인 배우인 말리 매틀린(Marlee Matlin)과 역시 청각장애인인 트로이 코쳐(Troy Kotsur), 데니얼 듀랑(Daniel Durant)이 주인공 '루비(Ruby)'의 가족으로 호흡을 맞췄다.

루비 배역은 에밀리아 존스(Emilia Jones)가 맡아 연기했다.

이 영화의 수상은 할리우드 청각장애인 커뮤니티에는 하나의 분수령이 만들어 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시상식에서 매틀린은 "청각장애인인 우리가 다른 사람처럼 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청각장애인 배우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CODA'가 받은 최우수 영화 앙상블 상은 2020년 브레드 피트가 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에 돌아간 바 있다.

TV드라마 부문에서 비영어권 시리즈 최초로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Squid Game)'이 최우수 앙상블 부문을 제외하고 남우주연상 이정재, 여우주연상 정호연, 스턴트 앙상블 상 등 3개 부문에 선정됐다.

(AP사진=크리스 피젤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이정재는 "너무 큰 일이 저한테 벌어졌다"며, 미리 준비한 글을 꺼내 읽으려다 "진짜 많이 써왔는데 다 읽지 못하겠다"며 "너무 감사하다. '오징어 게임'을 사랑해주신 세계 관객 여러분과 '오징어 게임' 팀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AP사진=크리스 피젤로)

눈에 띄는 신인 정호연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더 모닝 쇼(The Morning Show)'의 제니퍼 애니스톤(Jennifer Aniston)과 리스 위더스푼(Reese Witherspoon), '더 핸드메이즈 테일(The Handmaid's Tale)'의 엘리자베스 모스(Elisabeth Moss), '석세션(Succession)'의 사라 스누크(Sarah Snook) 등 쟁쟁한 배우들을 제친 것이라 더 의미가 있다.

그녀는 자신이 호명되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고 "여기 있는 많은 배우들을 스크린에서 보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인생 벼랑끝에 내몰린 사람들이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고자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으로 지난해 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에 이어 한국 대중문화 세계 확산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 받았다.

TV드라마부문을 수상한 '석세션(Succession)'의 브라이언 콕스(Brian Cox)는 수상 소감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희극인이었고 따라서 동료 연기자라고 말하며 러시아에 검열되고 있는 반대자들에게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했다.

(AP사진=크리스 피젤로)

가족 테니스 드라마 '킹 리처드(King Richard)'로 스타 윌 스미스(Will Smith)가 영화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그의 생애 첫 오스카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미국배우조합(SAG, Screen Actors Guild)이 1995년 부터 시상하고 있는 이 상은 미국의 드라마와 영화 배우들로 이루어진 심사위원들이 동료 배우들에게 스스로 수여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최근에는 아카데미상의 시대에 역행하는 행보와 비교해 참신한 시상 내역이 주목 받고 있다.

오직 출연자들만 대상이 되는 이 시상식은 영화와 TV 부문에서 올해의 뛰어난 연기에 대해 13개의 상을 수여한다. 상은 개인 연기 뿐만 아니라 드라마 시리즈와 코미디 시리즈의 전체 앙상블, 영화 출연진 모두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점은 모든 배우가 알고 있는 것처럼 연기는 협력 예술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고 개최 측은 밝히고 있다.

올해 시상식에서 따로 주목 할 것은 TV 부문의 경우 ABC, NBC, CBS, FOX 등 미국 4대 지상파 방송국이 처음으로 단 한 부문에도 후보로 이름을 올리지 못한 점이다.

반면 케이블 방송 HBO는 12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고, 스트리밍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10개, Apple TV플러스는 9개, Hulu는 8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HBO 맥스와 디즈니플러스도 각각 2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저작권자 ⓒ 외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