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 - 지구의 독백·2023

조정애 칼럼니스트 승인 2023.12.08 15:44 | 최종 수정 2024.04.17 13:41 의견 0

지구의 독백·2023

(이미지=pixabay)


해가 뜨는 옳은 아침

모든 농작물은 옳고

농부의 땀방울은 옳다

곳간이 옳고 한숨이 옳다

기후변화가 옳고

폭염이 옳고 홍수가 옳다

겨울이 옳고 파카 옷이 옳다

고층아파트가 옳다

코로나19가 옳고

TV 뉴스가 옳고

새로운 젊은 재벌이 옳다

돈을 매단 생일 케잌이 옳고

유모차에 애완견을 태운 젊음이 옳다

도시의 모퉁이가 옳고

노인들의 나태가 옳다

정치가 옳으며 문학이 옳다

종일 누워있어도 옳고

밖을 쏘다녀도 옳다

오르는 빵값이 옳고

전란에 휩싸인 밀의 곡창지도 옳다

러시아가 옳고 중국이 옳고

우크라이나가 옳고

미국이 옳고 일본이 옳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옳고

삼중수소의 피폭 위험도 옳다

바람은 옳은 곳에서 불어오고

물억새는 옳게 흔들린다

경제성장이 옳고

폭등한 부동산이 옳고

폭락하는 부동산이 옳다

여당이 옳고 야당이 옳아서

법치국가가 옳다

기초수급자도 옳고

의료수급 중지도 옳다

이의신청 기각도 옳아서

배고픔이 옳고

빵 굽는 냄새가 옳다

달리는 자전거가 옳고

걷는 너의 뒷모습이 옳다

숲과 꽃과 별과 풀이 옳다

발달장애인이 옳고

치매가 옳고

공황장애가 옳다

홍대 앞 반전의 버스킹이 옳다

아프리카의 울부짖는 아이들이 옳고

여인들의 서글픈 주름이 옳다

이스라엘이 옳고 하마스가 옳다

가자지구가 옳고

억울한 아이들의 죽음이 옳고

폭격당한 주민들의 통곡이 옳다

전쟁터에 절망과 희망이 옳다

탄도미사일이 옳고

보유국이 옳다

마스크를 쓴 나도 옳고

마스크를 벗은 너도 옳다

불안과 공포가 옳다

출산 절벽이 옳고

노인요양병원이 옳다

AI가 옳고 쳇봇이 옳은 세상에

천국과 지옥은 옳아서

문을 여는 아침은 여전히 옳다

오늘도 평화의 기도가 옳고

창문에 펄럭이는 커튼이 옳다

- 칼럼리스트 시인 조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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