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았다”

국경없는의사회, ‘뉴노멀’이 되어버린 유럽연합의 지중해 중부 이주 정책 규탄
유럽 국가들 국경의 폭력과 고의적 무대응으로 바다에서 더 많은 죽음 초래해

안후중 선임기자 승인 2023.12.09 21:39 | 최종 수정 2023.12.09 21:46 의견 0
2023년 7월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지오배런츠 호를 타고 지중해에서 수색구조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MSF/MICHELA RIZZOTTI)


올해 지중해 중부에서만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약 2200명이 실종, 사망했다. 특히 2023년은 2007년 이후 해당지역의 피해 기록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인명피해가 컸다.

8일 국경없는의사회(Médecins Sans Frontières, MSF, Doctors Without Borders, DWB)는 ‘아무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았다(No one came to our rescue)’는 복고서를 통해 유럽 국가들의 고의적 무대응과 국경의 폭력행위가 바다에서 더 많은 죽음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수색구조선 지오배런츠(Geo Barents) 호에 승선한 MSF 팀이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쓰여진 이번 보고서에는 유럽 연안국가들이 구조 작업을 지연하거나 충분히 시행하지 않고, 안전하지 않은 장소로 이주민을 강제 송환하며 고의로 이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 사례를 여러건 담고 있다. 이에 더해 생존자들이 겪은 극심한 폭력에 대한 증언도 실려있다.

MSF에 따르면, 올해 지중해 중부 경로를 통해 이탈리아 해안에 접근한 사람들의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이상 늘었다. 이들의 주요 출항지는 튀니지가 리비아를 넘어섰다. 피란민의 수는 크게 늘었지만 각 국가 주도의 구조 역량은 부족해 조난, 난파가 더 많이 발생해 올해는 하루 평균 8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MSF는 올 1월부터 9월까지 지오배런츠 호가 구조한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3660건의 진료를 실시했는데, 생존자 대다수는 연료 노출로 인한 화상이나 중독, 저체온증, 탈수를 겪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리비아에서 구금되었던 많은 생존자들은 좁고 비인간적인 환경 속에서 피부감염을 겪었고, 273명의 환자는 총상, 구타로 인한 부상, 성폭력 피해로 인한 임신에다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MSF 수색구조 활동 책임자인 후안 마티아스 길(Juan Matias Gil은 “지오배런츠 호 팀은 2년 넘게 유럽 이주 정책이 초래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응해 치료를 해왔다. 환자들의 상처와 이야기는 그들이 리비아와 튀니지를 포함해 고국과 이주 여정에서 겪은 폭력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의 회원국들이 유럽 문턱에서 벌어지는 고통과 인명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이주 정책, 법률, 관행으로 일관하면서 최근에는 지중해에서 리비아로 강제 송환이 계속 목격되고 있다고 MSF가 밝혔다. 또한 MSF는 최근 튀니지와의 협정, 알바니아와의 협정 등 제3국과의 새로운 협정들이 안전을 찾는 사람들을 지원해야할 유럽 국가들이 의무를 회피하려는 시도라며 우려를 표했다.

MSF에 따르면, 올 초 이탈리아 정부가 비정부기구의 해상 구조 활동을 방해하는 신규 법령을 채택해 인도적 지원을 심각하게 제한받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탈리아 정부는 9월까지 지오배런츠 호를 비롯해 비정부기구 수색구조선 6척을 억류하면서 총 5개월 이상 구조를 못하게했다. 이에 더해 비정부기구 선박을 멀리 떨어진 항구에 배치하는 관행에 따라 지오배런츠 호가 구조 과정에서 70일간 2만8000km를 돌아가야만 했다.

MSF는 보고서를 통해 지중해 중부에서 유럽연합과 회원국들, 특히 이탈리아와 몰타가 유럽에서 피난처를 찾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하도록 즉시 정부 방침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부터 수색구조 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는 MSF는 현재까지 8개의 수색구조 선박을 단독, 혹은 기타 비정부기구와 협력해 운용하면서 9만명 이상을 구조했다. 지오배런츠 호 수색구조 작전은 2021년 5월부터 시작되었으며, 올 한 해동안 4011명을 구조한 것을 포함해 총 9762명을 구조하고, 11명의 시신을 수습하고, 선상에서 한 명의 신생아 분만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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