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자들에 대한 체포 영장 동시 요청

이스라엘, 하마스, 미국의 반발에도 ICC의 입장은 변함없어

에디터 승인 2024.05.21 14:47 의견 0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카림 칸(Karim Khan) 검사장이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자들에 대한 체포 영장을 요청하는 획기적인 조치를 취했다.

칸 검사장은 이들이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형사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형사재판소 전경


이날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그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해 ICC 전심재판부에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며, 하마스의 야히야 신와르와 무함마드 데이프, 이스마일 하니예 등 지도부 3명도 같은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칸 검사장은 이스라엘 총리와 국방장관이 고의적 및 전범 살인, 민간인에 대한 의도적 공격 지시, 기아를 전쟁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ICC 조약인 로마 규정 다수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 생존자와 목격자 인터뷰, 영상·사진·오디오 자료, 위성 이미지 등을 조사한 결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들을 의도적이며 체계적으로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하마스 지도부 3명에 대해서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에서 하마스가 주도한 공격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수백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최소 245명의 인질을 붙잡은 혐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가자 분쟁이 발생한 이후 저지른 수많은 범죄 중에서도 성폭행, 고문 등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서도 형사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ICC의 움직임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ICC의 결정이 불명예이자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카림 칸이 “피해자를 사형집행인과 동일시”하려 한다고 비난하며 요청 취소를 요구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지도자에 대한 영장 청구는 터무니없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동일 선상에 놓고 다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반발에도 불구하고 ICC는 집단살해, 반인도적 범죄, 전쟁범죄, 침략범죄 등 국제범죄에 대해 개인을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국제재판소로서 그러한 범죄에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입장이다.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 Cour pénale internationale, CPI)는 국제 범죄자에 대한 재판을 맡는 국제 법원으로, 2002년 7월 1일 발효된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Rome Statute of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에 따라 네덜란드의 헤이그에 설치됐다.

ICC는 상설 국제형사법원으로서, '국제공동체 전체의 관심사인 가장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함을 목적으로 한다. 로마규정 제5조 제1항에 따른 ICC의 관할권은 집단살해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 침략범죄다.

판사와 검사는 체결국 회의(ASP, Assembly of States Parties)에서 선출하며, 공용어는 영어와 프랑스어다.

종종 국제사법재판소(ICJ)와 혼동되지만 ICJ는 유엔의 사법기관이며, 국가간의 법적 분쟁만을 취급하기 때문에 ICC와 완전히 다른 재판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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