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금시장, 높은 수수료와 잘못된 부가세 정책 10년 간 그대로

세계 주요 금 거래소 대비 유동성 부족, 회원간 주문연계 제도 미흡...금 거래소 역할 기대 이하

안후중 선임기자 승인 2024.05.29 17:30 의견 0

국내 금 거래 시장의 중심 역할을 하는 KRX 금시장이 개설 후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장의 기대를 외면하고 있다.

높은 수수료, 낮은 유동성, 제도 미비 등 심각한 문제점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참여가 부진하고 시장 활성화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 국제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비싼 수수료 부담

KRX 금시장에서 금 매도자가 거래를 할 때 10%의 부가가치세를 늦게 받게 되면서 이자 및 자금운용과 환급에 대한 부담이 있다. 사실상 매도가 불가능한 상황이 초래되고 이로인해 금 현물업자의 참여를 크게 제한하고 있다.

또한 KRX 금시장의 금 현물 거래소 수수료 0.09240%를 두바이 금거래소의 0.01995%와 비교하면 463% 높고, 상하이 황금거래소의 0.03500%와 비교하면 264% 높다. LBMA 경우 거래소 수수료가 없는데, 가장 비싼 LBMA 중개사 수수료를 포함해서 비교해도 1.18배 비싸다.

일반 개인은 여기에다 증권사 수수료를 포함하면, NYMEX 대비 123.69배, LBMA 대비 4.7배 비싼 수준의 수수료 부담을 해야 한다.

유동수 한국금협회장은 "높은 수수료는 투자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참여자들을 위축시켜 시장 활성화를 방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현 상태를 개선하지 않으면 국제 경쟁력에서 완전히 뒤처질 수 있다"며, "KRX 금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거래에 대한 부가세 정책도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여전히 작은 규모에 유동성 부족, 금 거래량 제한적

KRX 금 시장의 지난해 금 거래량은 13.8톤이다. 이는 세계적 금 거래소의 지난해 거래량 추정치인 LBMA 7400톤, COMEX 5670톤, SGE 8100톤, DMGC 750톤에 비해 규모가 한참 작다

이는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져 투자자들이 원하는 가격에 즉시 거래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낸다. 현재 KRX 금시장은 ‘시장 유동성 공급자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현물 시장의 이해도와 재고 보유 수준이 매우 낮은 금융회사로는 유동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

또한 금융회사만 이 제도를 통해 추가적인 지원을 해 주고 있기 때문에 실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현물업자에게는 역차별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낮은 유동성은 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투자자들의 위험 부담을 가중시킨다. 시장 유동성 공급자인 증권사는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없음에도 자금지원을 해 주고 있고, 시장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현물업자의 경우 유동성 공급을 위한 시장 진입 제약과 역차별적인 수수료 정책 때문에 KRX 금시장을 이용하기가 어렵다.

뿐만아니라, KRX 금시장은 주문 연계에 있어 회원간 상호 주문 연계 기능을 통해 다양한 주문을 통로를 확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차단해 더 후진적인 형태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 금을 부가세 없이 싸게 구매할 수 있다는 홍보는 기만적

KRX 금시장은 금 현물 인출 시 부가가치세 납부, 판매 시 즉시 환급 불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실제로 부가세가 면제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거짓 홍보를 하고 있다.

실제 부가세를 포함한 현물 가격보다도 싸게 구매할 수 없는데도 마치 KRX 금시장의 금 가격이 부가세 없이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오인하도록 유도한다.

이런 KRX 금시장의 가격 구조는 금 현물업자나 도소매 귀금속 거래업자들이 부가세를 포함한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마치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보이게 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시장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금 현물 인출 시에는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하므로 금 가격에 그 부분이 반영된다. 특히 많은 양을 매도하는 업자들은 부가가치세만큼 운영 자금이 묶이므로 부가세를 면제한다는 설명이 무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위기를 극복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제들

KRX 금 거래소는 경쟁력 확보와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국제 수준으로 수수료 인하가 필요하다. 투자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참여를 유도해야 하지만 해외 거래소와 비교해 너무 비싼 수수료는 일반회원에게는 더 높아서 경쟁력이 없다. 심지어 전화거래로 하는 장외시장 LBMA 중개 수수료보다 거래소 수수료를 비싸게 부과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국내 관련 전문가들은 KRX 금 거래소가 사실상 국민을 상대로 금 매매 중개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며, 총 거래량도 거래소 수준이 아니라 도매상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부가세 환급을 위해 부가세가 포함된 가격으로 거래하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며, 개인이 인출하지 않고 다시 매도하면 자연스럽게 부가세를 돌려받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실제 금은방이나 귀금속 소매상의 금 가격을 홍보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시장의 활성화와 투명화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전문가들은 KRX 금시장이 금 현물 인출 시 부가가치세 면제, 금 판매 시 자동 환급을 도입해 투자자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투자자 유치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특히 KRX 금시장 회원 구조를 증권사 위주가 아니라 금 현물업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개선해서 규모를 키워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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