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하지, 사우디 50도 폭염으로 550명이 넘는 순례자 사망

이집트 사망자 323명…무비자 순례자 늘어 캠프 마비된 게 원인

에디터 승인 2024.06.21 12:57 의견 0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이슬람 최대 종교행사인 '하지(Haji·성지순례)' 기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인해 550명이 넘는 순례자가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매년 열리는 하지 순례 기간 동안 이슬람 순례자들이 대모스크에 기도를 드리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사진=AP)


특히 이집트인 순례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으며, 사망자 중 323명이 이집트 국적이었다고 아랍 외교 관리들은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망자는 열 관련 질병으로 인한 것으로 보고됐다.

한 외교관은 "대다수의 사망자가 더위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으며, 이는 메카의 알무아셈 인근 병원 영안실에서 확인된 수치이다.

요르단인 순례자들도 최소 6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요르단 정부가 발표한 공식 집계보다 많은 수이다.

AFP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총 사망자 수는 577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디 국립기상센터는 지난 17일 메카 그랜드모스크(알하람 모스크)의 기온이 51.8도에 달했다고 보고했다.

지난달 발표된 사우디의 한 연구에 따르면, 메카 순례는기후 변화의 영향을 점점 더 많이 받고 있다. 순례 의식이 주로 행해지는 지역의 온도는 10년마다 섭씨 0.4도씩 상승하고 있다.

사우디 당국은 열사병 등으로 고통받는 순례자 2000명 이상을 치료했다고 보고했지만, 지난 16일 이후로는 관련 수치를 업데이트하지 않고 있다. 또한, 사망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순례자 중 최소 240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으며, 대부분 인도네시아인이었다.

하지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우디가 발행하는 공식 하지 비자가 필요하지만, 비용 문제로 인해 많은 순례자들이 비자 없이 다른 경로로 하지에 참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우디 당국이 제공하는 에어컨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순례자들이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무비자로 입국한 이집트 순례자들이 많아, 이집트 순례자 캠프에서 큰 혼란이 발생했다. 한 이집트 관리는 순례자들이 오랫동안 음식물과 물, 에어컨 없이 지낸 것이 사망자가 많이 나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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