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노동당 스타머, 총선 승리 선언 "변화는 지금 시작"

중간 개표 결과 과반 훌쩍 넘겨 압승하며 차기 총리 '예약'

에디터 승인 2024.07.05 21:02 의견 0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조기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제1야당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는 "우리가 해냈다"며 승리를 선언하고 영국에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

영국 조기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제1야당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 (사진=로이터)

로이터, AFP 통신,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노동당은 5일 새벽 영국 조기 총선 개표 중간 결과에서 하원 650석 중 과반인 326석을 훌쩍 넘어서며 압승을 확정지었다.

개표가 거의 마무리돼 가고 있는 가운데 현지시간 오전 6시 35분 기준으로 노동당은 398석, 보수당은 106석을 차지한 것으로 가디언은 집계했다.

이에 따라 제1야당 당수였던 스타머 대표가 차기 총리가 되고 14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지게 된다.

스타머 대표는 승리 연설에서 "변화는 지금 시작된다"면서 "우리는 혼돈을 끝내겠다고 말했고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다. 우리는 힘든 시기를 넘기고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고 말했고 우리는 그렇게 했다. 오늘 우리는 다음 장을 시작하며, 변화와 국가를 일신하고 재건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해냈다"면서 "여러분은 그것을 위해 선거운동을 했고, 싸웠고, 투표했고 이제 그것이 찾아왔다"면서 "변화는 지금 시작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스타머 대표는 전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을 위해 캠페인을 벌인 모든 분께, 우리에게 투표하고 변화된 노동당을 신뢰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노동당이 압승을 거둬 정권을 교체했던 1997년 총선 당시 의석수보다 약간 적은 것이기도 하다. 당시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은 418석을 얻었다.

리시 수낵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131석으로 참패해 정권을 내줄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이날 개표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자 수낵 총리는 보수당의 총선 참패를 인정했다고 로이터, AFP 통신이 보도했다.

총선 참패 후 총리직을 사임한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 (사진=로이터)

수낵 총리는 "노동당이 이겼다. 스타머 대표에게 전화해 승리를 축하했다"고 전하며,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5일(현지시간) 총리직을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 10월 25일 리즈 트러스 총리의 뒤를 이어 총리에 취임한 지 1년 8개월여 만이다.

키어 스타머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이 압승, 14년 만에 노동당 정부가 탄생하게 되면서 영국의 대내외 정책 노선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사진=AP)


선거 기간 중도화 전략을 통해 확장성을 추구해온 노동당은 지난 보수당 정부와 마찬가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과 핵억지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했고 일부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했으며 국경을 단속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리시 수낵 보수당 정부의 간판 정책이었던 난민 관련 '르완다 정책'에 대한 폐기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표심을 의식해 선거기간 구체적 언급을 아끼며 모호성을 유지해온 증세 카드도 본격 뽑아들지 주목된다.

그러면서도 유럽연합(EU)과 관계 강화, 청정에너지 공기업 신설, 공공 서비스 강화 등 보수당과 다른 정책 노선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정 압박으로 주택건설·공공부문 개선이 쉽지 않고 대외적으로는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있어 대내외 환경이 만만치는 않다는 지적도 있다.

동맹국 미국과의 관계도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 2기' 관측이 계속 떠오르는 것과 맞물려 불확실하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노동당 외교정책 책임자인 데이비드 래미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와 친분이 깊고, 스타머와 미국의 관계는 그리 깊지 않다"며 이를 스타머 정부가 처한 불확실성 요소로 꼽았다.

로버트 포드 맨체스터대 교수는 NYT에 노동당이 "잿더미를 물려받게 된 상황"이라며 "유권자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변화를 가져오라, 그렇지 않으면 끝장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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