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던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26일(현지시간) 일시 휴전에 전격 합의하며, 27일 오전 4시부터 60일간의 휴전이 시작됨에 따라 수개월간 포성이 끊이지 않았던 레바논에 고대하던 평화가 찾아왔다.
이날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해 피란길을 떠났던 레바논 남부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이 완전히 철수하기 전까지는 대피해 있으라는 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차량에 몸을 실었다.
로이터는 이날 새벽 휴전이 발효된 직후 베이루트 남쪽의 항구 도시 시돈에서 차량 수십 대가 남쪽으로 출발했으며, 이후로도 이스라엘의 공격이 집중됐던 레바논 남부 지역의 피란민들을 실은 귀가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은 휴전이 발효된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레바논 피란민들에게 "이스라엘군이 대피해 있으라고 명령한 마을이나 그 지역에 주둔한 이스라엘군 기지에 접근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며 아직 귀가를 삼가라고 경고했다.
레바논군도 자국 피란민들에게 이스라엘군이 완전히 철수하기 전까지는 접경 지역 마을로 돌아가선 안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전부터 레바논 곳곳의 도로는 남쪽으로 향하는 피란민들의 귀가 차량으로 가득 채워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AP에 따르면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레바논 남부 항구 도시인 티레 등에 주민들이 귀가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들이 확산했다.
AP는 이날 오전 레바논 전역이 이스라엘군의 공세가 강화된 지난 9월 말 이후 처음으로 조용했으며, 특히 공세가 집중됐던 베이루트 남부 지역에서는 조심스럽지만 축하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고 전했다.
이 지역에서는 휴전을 축하하는 축포 소리가 들렸으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피란민들은 외신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어 보이기도 했다.
고향 도시에 돌아온 일부 주민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당장 레바논에서 수개월째 이어져 온 포성은 잦아들었지만 휴전 합의 사항이 모두 원활히 이행될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휴전 발효 직전까지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강도 높게 폭격했고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향해 드론을 출격시키는 등 양측의 격렬한 공방이 이어졌다.
베이루트 중심부의 주거용 건물에서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7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헤즈볼라 병력이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에서 철수하고 이스라엘군도 레바논 밖으로 물러나는 등의 조건으로 60일간 전투를 중단하는 것에 합의한 상황이다.
헤즈볼라가 철수한 레바논 남부 지역에는 레바논 정부군과 유엔 평화유지군 수천 명이 배치되며,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합의체가 합의 준수 여부를 감시할 예정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가 이러한 합의 사항을 어긴다면 공격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스라엘이 실제로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전쟁을 재개할 권한이 있는지를 두고는 견해 차가 남아있다고 AP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AP는 휴전이 발효된 이날 오전까지 보고된 합의 위반 사실은 아직 없다고 보도했다.
레바논군도 이날 오전 휴전 합의에 따라 레바논 남부에 병력을 재배치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이후 13개월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레바논에서 3천7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공습으로 집을 잃은 피란민은 120만명에 달하며 부상자는 1만5천명이 넘는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헤즈볼라의 공습으로 이스라엘 북부 주민 5만여명이 집을 떠나 대피했으며, 공습으로 숨진 이스라엘 군인과 주민들의 숫자는 약 75명이다.
레바논에서 지상 작전 중 사망한 이스라엘 군인은 약 5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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