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수도 휩쓸며 아프가니스탄 정부 붕괴

카불 공항의 상업 비행 중단으로 탈출로 막혀
미 외교관들 공항 인근 최종 전초기지로 헬기 이동 중

안후중 선임기자 승인 2021.08.16 16:52 | 최종 수정 2021.08.16 22:34 의견 0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붕괴되고 대통령이 시민들과 외국인들의 탈출에 합류하면서 수도 카불을 탈레반이 휩쓸며 15일(현지시간) 일요일 20년간 미국의 값비싼 점령은 끝났다.

AP통신에 따르면 중무장한 탈레반 전사들이 수도 전역으로 퍼져나갔으며 몇몇은 카불의 버려진 대통령궁에 진입했다. 탈레반 대변인이며 협상가인 수하일 샤힌(Suhail Shaheen)은 앞으로 며칠 안에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open, inclusive Islamic government)‘를 구성하기 위한 회담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탈레반 관리는 9·11 공격 이후 미군이 무장세력을 축출하기 전에 탈레반이 통치하는 국가의 정식 명칭이었던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the 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의 복원을 대통령궁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8월 15일 일요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도피한 후 탈레반 전사들이 대통령궁을 장악했다 (AP Photo/Zabi Karimi)


카불은 현재 공황 상태로 미국 대사관 직원을 대피시키기 위해 헬리콥터가 하루 종일 분주히 이동하고 있으며, 대사관 직원들이 중요 문서를 파기하면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고 성조기는 내려졌다.

탈레반이 여성의 권리를 박탈했던 잔혹한 통치를 다시 시행할 수 있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아프간인들은 급히 출국했고, 현금 인출기 앞에는 줄이 늘어서 있다. 안전을 위해 시골에서 수도로 이동한 가난한 사람들은 도시 전역의 공원이나 공터에 남아있다.

미군 고위관리에 따르면 카불 공항에서는 산발적인 총성이 들렸고 상업 비행은 중단된 상태다. 군용 항공기는 여전히 대피를 위해 사용되고 있지만 상업 비행 중단으로 아프간 탈출을 위한 마지막 경로 중 하나가 막혔다.

많은 사람들이 외교관들을 공항의 새로운 전초 기지로 데려가기 위해 헬리콥터가 미국 대사관 건물에 착륙하는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지켜보았지만 안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미 국무장관은 ABC 방송에 출연해 미국이 베트남에서 철수했던 것과 비교하는 것은 거부했다.

압둘라 압둘라(Abdullah Abdullah) 아프가니스탄 국가 화해 위원회 의장은 “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가니(Ghani)가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며 “하나님께서 그에게 책임을 물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가니 전 대통령의 오랜 라이벌이었던 그는 페이스북에 전 대통령이 어디로 갔는지는 명시하지 않고 수도의 유혈 사태를 피하기 위해 떠났다고만 게시했다.

미국과 나토(NATO)가 거의 20년간 아프간 보안군을 구축하기 위해 수십 억 달러를 투입했지만 보안군은 탈레반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일주일 만에 거의 모든 아프가니스탄을 잃었다. 며칠 전만 해도 미군은 수도가 한 달 동안은 탈레반을 막아낼 것으로 추정했었다.

수송기로 이동 중인 병사들 (AP Photo/Zabi Karimi)


이번 카불 함락은 2001년 9월 11일의 테러 공격 이후 시작된 미국이 치른 가장 긴 전쟁의 마지막 장이다. 최근 수년 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를 모색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2월 탈레반과 반군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행동을 제한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달 말까지 모든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탈레반이 힘을 모아 주요 지역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탈레반은 이어 수도를 제외한 마지막 주요 도시인 잘랄라바드도 일요일에 장악했다. 5000명의 수감자가 있는 감옥이 있는 바그람 공군 기지의 아프간군도 탈레반에 항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옥에는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 그룹 전사들이 수용되어있다.

저작권자 ⓒ 외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