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슬로바키아 총리 암살 시도, 유럽 정치에 충격

총알 3발을 맞았고 이 중 1발이 복부를 관통했으나 회복 중
총리 피격 사건이 불거진 슬로바키아는 극명한 정치 분열에 휩싸여

에디터 승인 2024.05.16 18:27 | 최종 수정 2024.05.16 19:02 의견 0

15일(현지시간) 친(親)러시아 성향의 로베르트 피초(Robert Fico) 슬로바키아 총리가 총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다.

로베르트 피초(Robert Fico) 슬로바키아 총리 (사진=로이터)


이번 암살 미수 사건은 현재 슬로바키아 내 '정치적 양극화'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국제적인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피코 총리는 내각 회의를 마친 뒤 건물 밖으로 나서다 괴한이 쏜 5발의 총알 중 3발을 맞았고 이 중 1발이 복부를 관통했으나 5시간에 걸쳐 진행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며, 병원 관계자는 "현재 그의 상태는 안정됐지만 매우 심각해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슬로바키아 언론은 총격범 라이 친툴라(Juraj Cintula)는 전직 쇼핑몰 경비원으로 1953년생이며, 세 권의 시집을 집필한 슬로바키아 작가협회 회원이었다고 보도했다. 범인은 범행 직후 그 자리에서 체포되었다. 그는 친서방 성향의 진보슬로바키아 당원은 아닌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투스 수타이 에스토크 슬로바키아 내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격은 '정치적 동기'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피코와 그의 정부 연합 동맹자들은 언론과 야당이 중앙 유럽 국가에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비난했다.

슬로바키아의 최대 야당인 진보 성향의 '진보 슬로바키아'는 계획된 시위를 취소하고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자제를 촉구했다.

피코 총리는 오랫동안 슬로바키아의 주류 언론을 비판해 왔으며 일부 언론 매체와의 대화를 거부했다. 그의 당원들은 최근 몇 달 동안 언론과 야당의 행동을 비난했다.

최근 정치인들에 대한 공격이 잦은 독일에서는 올라프 숄츠 총리가 "유럽 정치에서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며 충격을 표했다.

친러 성향의 '스트롱맨'으로 꼽히는 피초 총리는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를 공략해 승리했다.

그는 지난 2006년 총선에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스메르)이 승리하자 총리로 처음 선출돼 4년간 재임했고, 이어 2012년 재차 총리가 됐다. 2018년 정부의 부패를 취재한 언론인의 피살 사건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일자 물러났지만, 지난해 권좌에 복귀에 이 나라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총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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