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 니코틴 함량과 성분 모르는 불법 제품 넘쳐난다

개인 직접 제조, 위탁, 전문 업체까지 무분별 생산 유통
범죄 조직도 나서 수 년간 은밀히 제조, 추적 쉽지 않아
제원 불명 니코틴 함유 액상, 성분 정보 없어 오남용 우려

안후중 선임기자 승인 2024.05.29 17:20 의견 0

미국 시장 점유율 1위인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사가 한국 전자담배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대형 담배업체로는 4년 만에 액상형 전자담배를 출시해 전국 편의점과 베이프샵에 대대적으로 액상형 전자담배를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자사 액상형 전자담배에도 합성 니코틴 적용할 수 있다는 자료를 냈다. 자사가 생산하는 '뷰즈고 800'은 현재 천연 니코틴만 사용 중이지만, 합성 니코틴을 도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 판매 중인 액상형 전자담배 (사진=외교신문)


◇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성장 중

니코틴 원액은 담뱃잎 등으로 만든 천연 니코틴과 화학적으로 만들어 발암물질을 줄인 합성 니코틴으로 나뉜다. 한국에서는 합성 니코틴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가 규제 마련에 주저하는 사이, 중국 기업에 이어 글로벌기업도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에 나섰다.

한국의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951억 원이었다.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은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버블몬’을 앞세운 킴리코리아와 전자담배 디바이스를 생산하는 이엠텍과 이랜텍 등 중소형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전자담배 액상 제조업체는 커넥티드 코리아, 자담, 3TOPS 등이 꼽힌다. 이 중 킴리코리아는 실질적으로 중국업체가 직접 한국에 진출한 형태로 알려졌다.

킴리코리아의 2022년 매출은 107억 원으로 전년 378억 원 대비 71.7% 감소했다. 이엠텍은 2022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693%, 이랜텍은 129% 급증한 바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2019년 판매가 급감하며 퇴출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 점차 시장이 회복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현재 집계되고 있지 않지만, 현재 담배 시장의 1% 수준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액상형 전자담배 총매출은 약 30조원 수준으로 전체 전자담배 시장 규모 70조원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 액상형 전자담배 중 합성 니코틴 함유 제품 비중은 92.2%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최근 온라인 판매 중인 액상형 전자담배를 모니터링한 결과, 전체 액상형 전자담배 중 합성 니코틴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92.2%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에서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과세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합성 니코틴 함유 액상형 전자담배 중 불법 시장은 약 1조 5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불법 액상형 전자담배가 법의 사각지대에서 성장한 배경은 천연 니코틴 함유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도한 세율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에서 천연 니코틴을 사용한 액상형 전자담배에 적용되는 세금은 개별소비세,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기금이다. 천연 니코틴 함유 액상형 전자담배는 액상 1ml에 1799원의 세금이 매겨지는데, 시장에서 보통 30ml 규격으로 판매하고 있어 총 5만3970원의 세금이 부과된다는 설명이다.

◇ 합성 니코틴 가면 쓴 천연 니코틴 사용

최근 세관과 관련 수입업자들은 소규모 업체들의 니코틴 용액 수입이 대부분 천연 니코틴이라고 전했다.

대형 업체들의 제품들 외에 대부분의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합성 니코틴으로 둔갑한 천연 니코틴이 사용되어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SBS는, 킴리코리아는 담배사업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에서 킴리코리아는 천연 니코틴을 합성 니코틴으로 속여 수입하고 제조,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연구소에서 해당 제품의 성분을 분석 실험한 결과 천연니코틴에서만 나타나는 발암물질인 담배 특이 니트로사민류 성분이 검출되면서 적발됐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합성 니코틴을 사용한 전자담배 액상은 법적으로 담배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인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다. 반면 사용자 호응도는 천연 니코틴 함유 제품에 비해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다.

담배 세금이 부과되지만 사용자 호응이 높은 천연 니코틴은 수입 원가가 합성 니코틴보다 최대 40배가량 싸다.

킴리코리아의 경우처럼 천연 니코틴으로 액상형 전자담배를 제조하고도 합성으로 속여 불법 판매하는 경우 원가 절감과 탈세로 수익을 높일 수 있다.

불법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에 대응할 방법이 없는 합법 수입, 제조, 유통을 하는 정상적인 업체들은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끌려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에서 현재 불법 유통에 나선 곳은 ‘부평, 메두사, 유베이퍼, 용트림, 오지구, 시가맨, 시가킹, 이앤씨 리퍼블릭, 펠릭스, 네스타’ 등으로 파악된다.

◇ 제조원, 성분 알 수 없는 원료 사용과 조직범죄 수익원 역할

일부 개인들과 업자들이 경험상 조합법으로 어디서 왔는지 모를 원료를 함유한 액상형 전자담배를 무분별하게 제조해 유통하고 있다.

심지어 등록 전문 제조업체도 무한 가격경쟁에 내몰리면서 불법 제조에 나서며 국내 불법 액상형 전자담배 유통 규모는 최대 95%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유통관계자들은 실제 각종 전자담배 판매점과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대부분의 물량이 어디서 제조된 것인지 업자들도 파악이 어려운 것은 수 년간 이미 범죄조직의 수익원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들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불법 제조업체들은 궐련 담배 생산을 주업으로 해온 세계적 대기업이나 중국 업체들은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편의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는 합법적인 제품들은 맛과 향 등에서 소비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어 불법 제조업체의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더 팔리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자들의 설명이다.

◇ 오남용으로 인한 사용자 건강 피해도 우려

규제 밖에서 불법으로 제조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용기에 니코틴 함유량과 성분 표기가 아예 없거나, 표기된 내용이 있어도 실제 성분과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아 오남용과 인체 유해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규제와 감독이 미치지 않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어디서 누가 만들었는지 제원을 알 수가 없고 성분도 모르는 채 불법 유통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안전처는 국회의 요청에 따라 합성 니코틴의 유해성을 판단하는 연구 용역을 발주해 올해 안에 결과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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