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연합 프랑스 총선승리…反극우 바람이 극우 돌풍 눌렀다

1당 넘보던 극우당 3위…영국 이어 프랑스도 '우클릭' 저지
좌파-범여권 대대적 단일화에 이변, '극우저지' 유권자 막판 결집 …범여권 기사회생

에디터 승인 2024.07.08 16:33 의견 0

7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총선에서 대이변이 일어났다.

7일(현지시간) NFP의 대표 장 뤽 멜렌숑(오른쪽)이 2차 총선 후 다른 연합당의 당원들과 주먹을 꽉 쥐고 연호하고 있다.(사진=AP)

총선 내내 지지율 1위를 달리던 극우 국민연합(RN)이 반극우 연대의 벽에 부딪혀 3위로 밀려났다.

8일 프랑스 내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총선 결과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은 전체 하원 의석 577석 중 182석, 1차 투표에서 참담한 성적을 냈던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이 168석, 극우 국민연합(RN)은 143석을 각각 차지했다.

마린 르펜 의원이 이끄는 RN은 지난달 30일 1차 투표에서 33.2%를 득표해 1위를 차지하며 의회 1당 자리를 예약하는 듯 했지만 결선 투표를 앞두고 좌파 연합과 범여권이 강력한 반극우 전선을 형성, 대대적인 단일화를 이루면서 3위로 추락했다.

이러한 대반전은 전혀 예상되지 못한 결과라는 점에서 대내외적으로 충격파를 낳고 있다.

의회 권력 장악과 총리 배출을 눈앞에 뒀던 RN의 희망을 단 일주일 만에 꺾어버린 결과로, RN이 공언해온 자국 우선주의로의 급격한 '우클릭' 역시 불발됐다.

이번 프랑스 총선에서 극우 돌풍을 저지하고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킨 신민중전선(NFP)은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등 좌파 4개 정당이 뭉친 좌파 연합이다.

이들은 지난 달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국민연합(RN)이 압승을 거두고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 실시를 선언하자 RN의 총선 승리를 저지하기 위해 동맹을 맺었다.

평소 극좌 정당인 LFI와 나머지 정당들은 경제 정책이나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 있어서 이견을 보였지만 극우 집권을 막겠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1930년대 유럽의 파시즘 부상에 맞서 결성한 좌파 연맹인 '민중전선'에서 이름을 따온 신민중전선은 그간 마크롱 대통령이 펼친 중도 우파 성향의 개혁 정책들을 폐지하고 '복지 국가'로의 회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폐지한 부유세를 더 강화해 재도입하고, 고소득자·기업 등에 대한 세금을 늘려 정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프랑스 전역에서 큰 반발을 불러왔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도 폐기하겠다는 입장으로 대신 부자 증세 등을 통해 재정 적자를 해소하고, 공공 부문 근로자 임금 인상, 무료 급식 실시 등의 복지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실업 보험 개혁 정책을 폐기하는 등 노동자 친화 정책을 약속했다.

유럽 사회의 첨예한 논쟁 주제인 이민 문제에 있어서는 친이민 정책을 내걸으며,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우는 극우 정당들과 명확한 대척점에 서 있다.

이스라엘-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휴전 및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죄수 석방을 지지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내각에 대해서도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와 주권, 국경의 보전을 무조건 지지"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등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공화국 광장에 모인 시위대가 이날 발표된 총선 2차 투표 결과에 기뻐하고 있다. (사진=AP)

이번 총선에서 야당 연합이 승리함으로써 여당과 동거정부를 꾸리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혼란이 이어지겠지만, NFP가 각종 정책에서 극우 정당과는 명확히 대척점에 서 있다는 점에서 이민이나 환경, 우크라이나 지원 등 기존 정책에는 큰 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영국은 브렉시트(Brexit·유럽연합 탈퇴)로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영국과 프랑스가 유럽 민주주의 진영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상징성이 크다는 점에서 영국 노동당의 집권과 프랑스 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1당 좌절로 급변 위기에 놓였던 유럽 국제정치 질서는 어느정도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일 총선에서 승리한 영국의 키어 스타머 새 정부가 EU와의 관계 강화,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을 천명한 가운데 프랑스에서 RN이 일단 의회 장악에는 실패함에 따라 EU나 유럽 통합에 대한 회의론에 따른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 등 RN이 예고해온 정책 변화는 곧바로 탄력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유럽 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도와 경제난, 이민 문제 등이 큰 쟁점으로 남아 있어 극우 약진은 언제든 다시 불붙을 수 잇는 상황이다.

여기에 11월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국제 정세를 흔들 또 하나의 변수로 꼽힌다.

지난달 27일 첫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심각한 고령 리스크를 노출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 완주 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있지만 후보 사퇴론이 좀처럼 잠재워지지 않은 상황이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과의 격차를 벌리면서 탈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재입성은 곧 미국 대외정책의 지각변동을 의미한다.

그가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해온 만큼 나토 소속 유럽의 동맹국은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고,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 등의 향배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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