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의 희망, 6세 소년 파디 알잔트의 기적적인 회복”

뼈만 앙상해 기근 심각성 드러낸 사진에 전 세계서 도움 손길
'구사일생' 가자 탈출 후 미국서 치료 3개월만에 미소 되찾아

에디터 승인 2024.07.31 14:20 의견 0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유전 질환을 앓으며 제대로 된 치료와 영양 공급을 받지 못해 힘겨워하던 6세 소년 파디 알잔트가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아 '희망의 상징’이 되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3월 가자지구 병원에서 치료받던 파디(왼쪽)과 5월 건강을 되찾은 모습(오른)
(사진=(좌) 인스타그램 @translating_falasteen, (우) @thepcrf )


파디는 낭포성섬유증이라는 선천적 질환을 지니고 태어났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는 주기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평온한 일상을 보냈다.

그러나 전쟁이 터지고 나서는 가족과 함께 집을 떠나 피란민 행렬에 합류해야 했다.

구호의 손길이 끊기며 가자지구 전체를 덮친 식량난에 또래 소년보다 더 많은 영양 섭취가 필요한 파디의 몸은 급격하게 말라갔다.

전쟁 이전에 18㎏를 조금 넘겼던 그의 몸무게는 5개월 만에 절반 수준인 10㎏으로 떨어졌다.

지난 3월 파디의 상태가 악화되자 엄마 샤이마(31)는 아들을 품에 안고 근처에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던 카말 아드완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병원은 필요한 의료품과 물자가 바닥난 채 거의 운영되지 못하는 상태였고, 파디의 상태는 날로 악화했다.

이 시기 가자에서 활동하던 기자 오사마 아보 라비와 호삼 샤바트가 가자지구 의료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이 병원을 찾았고, 이들은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몸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파디의 모습을 촬영해 자신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다.

지난 3월 병원에서 치료 받던 파디 알잔트 (사진=엑스 @alijadallah66)


파디의 사진과 영상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그를 돕고 싶다는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중에 미국에 기반을 둔 국제구호단체 팔레스타인 아동구호기금(PCRF)의 해외 치료 프로그램 담당자 타레크 하일랏은 세계보건기구(WHO) 측에 파디의 상황을 알렸다.

PCRF와 WHO의 구호 직원들은 당시 이스라엘군의 공세가 빗발치던 가자지구 북부에서 파디를 구출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 이집트로 구출했다.

파디는 이집트에서 치료를 받으며 몸무게와 폐 기능 등을 일부 회복한 후, PCRF의 도움으로 5월 5일, 엄마와 함께 유효기간이 6개월인 임시 비자를 발급받아 미국에 도착했다.

파디는 뉴욕 맨해튼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파디를 담당한 낭포성섬유증 전문의 존 K.드셀리-게르마나는 당시 파디가 "뼈 위에 피부가 붙어있는" 상태였다면서 영양실조 증상으로 배가 심각하게 부풀어 있었고 눈에 초점을 맞추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WP에 말했다.

수개월간 집중 치료 끝에 건강을 되찾은 파디는 지난 5월 31일 퇴원해 처음으로 병원 문밖에 나섰다.

건강을 되찾은 파디와 엄마 (사진=인스타그램 @thepcrf)


현재 병원 근처 집에서 엄마와 지내고 있는 파디는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PCRF가 열어준 피크닉에 참석해 풍선을 부는 등 이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건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파디를 치료한 의사에 따르면 앞으로 파디가 미국에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약값은 1년에 30만달러(한화 약 4억원)에 달한다.

만약 그가 미국이 아닌 이집트에서 지낸다면 최소한의 치료는 받을 수 있지만, 고향인 가자지구에서는 파디가 필요한 치료를 받으며 지낼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WP는 전했다.

WHO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가자지구에서 파디처럼 해외에서 치료가 필요해 대피 요청을 한 이는 1만3천500명이 넘으며, 이 중에서 실제로 대피한 것은 4천90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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