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팔라우 정상 화상통화 ‘멸균회랑’ 논의
방역 성공 대만, 확진자 0 팔라우 첫 해외여행 물꼬 트나
미국의 ‘타이완 동맹 보호법’ 대만과 팔라우 모두 이익
안후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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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4 00:28 | 최종 수정 2021.01.1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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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대만과 코로나19 청정국 팔라우가 ‘멸균 회랑(스테릴 코리도: sterile corridor)’을 논의했다. 아시아-태평양에서 첫 해외여행의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모인다.
13일 팔라우와 대만 소식통에 따르면,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 팔라우 수랑겔 휩스 주니어(Surangel Whipps, Jr.) 대통령 당선자는 12일 오전 화상통화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공통 관심사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
양국 정상은 상호 우려 사항들에 대해 논의를 했으며, 특히 두 나라가 ‘멸균회랑’을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멸균 회랑’은 ‘여행 거품(트레블 버블: travel bubbles)’ 혹은 ‘코로나 회랑(코로나 코리도: corona corridor)’으로도 부른다. 2020년 7월 15일부터 발트 3국(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이 먼저 주창해 운영하는 개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광산업이 처한 어려움에 맞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가간 여행객 입국을 허용한다.
인구 2400만명의 대만은 지난 5일(현지시각) 기준으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817명, 사망자는 7명에 그쳐 국제사회가 방역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한다. 인구 2만명의 팔라우는 현재까지 확진자 0명으로 코로나19 청정국이다. 지난 3일부터는 미국이 지원한 모더나 백신 2800명분 접종도 시작됐다.
국가경제의 절반을 관광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팔라우는 지난해 4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항공편이 중단되고 관광객이 끊겨 큰 어려움에 처했다. 이번 양국 정상간 여행 재개 가능성 논의는 팔라우에 희망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함께 팔라우와 대만에 함께 도움이 될 국제적 여건으로 중국 견제를 위해 2020년 미국이 시행한 ‘타이완 동맹 보호법’이 있다. 이 법의 골자는 대만과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14개국 및 향후 대만과 수교하는 나라들에 대해 미국이 경제원조와 안보를 책임지는 것이다. 이에 속하는 팔라우는 미국과 대만 양측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대만과 수교하고 있는 국가는 바티칸, 나우루, 투발루, 마셜제도, 팔라우, 벨리즈, 온두라스, 과테말라, 니카라과, 아이티, 세인트루시아, 세인트키츠 네비스,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파라과이, 에스와티니 등 총 15개 국가다. 한국은 타이베이에 외교부 직속으로 대표부를 두고 있다. 군사적, 경제적 관계로 중국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한국과 달리 팔라우는 독립 이후 대만과 수교한 뒤 지금까지 대만의 든든한 수교국으로 남아있다. 중국과는 팔라우 경제수역에 출몰하는 중국 어선에 발포를 할 만큼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다.
한편, 팔라우의 수랑겔 휩스 주니어 대통령 당선자는 관광에만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혁신할 계획이라고 여러 번 밝혔다. 그는 두바이를 모델로한 금융서비스와 첨단농업, 해양석유시추 등에 적극적 해외투자유치와 개발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는 20일 취임과 함께 발표할 경제부흥계획에 주변국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12일 팔라우-대만 정상회담에는 우두에 생에바우 시니어(Uduch Sengebau Senior) 팔라우 부통령 당선자 겸 국무장관(가장 왼쪽)도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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