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집단 폐사 막으려면 꽃·나무 면적 지금보다 2배 필요

꿀벌 집단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밀원면적 최소 30만ha
‘벌의 위기와 보호 정책 제안’ 그린피스·안동대 공동발간

에디터 승인 2023.05.18 21:30 의견 0

전 지구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꿀벌의 집단 폐사를 막기 위해 우리나라는 최소 밀원(꽃·나무) 면적이 30만ha(헥타르)는 되어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이는 현재 밀원 면적 15만ha의 두 배다.

오는 20일 ‘세계 벌의 날’을 맞아 18일 그린피스는 안동대학교 산업협력단과 함께 보고서 ‘벌의 위기와 보호 정책 제안’을 발간하고 국내 꿀벌 폐사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했다.

꿀벌과 꽃(사진=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벌은 아까시나무, 밤나무, 유채 등 다양한 밀원식물의 꽃꿀과 꽃가루를 섭취해 면역력을 강화한다. 그러나 40년전 산림녹화의 주력으로 심어져 주요 밀원수가 되어온 아까시나무의 노령화에 따른 수량 감소 등 밀원 면적은 지난 50년간 약 32만5천ha가 줄었다.

국내 밀원식물의 급감은 꿀벌의 영양 부족과 면역력 저하로 이어졌고, 기생충과 농약, 살충제, 천적인 말벌 피해 등에 더욱 취약해졌다. 이는 최근 141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꿀벌군집붕괴현상(CCD)을 촉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독일 바이어 본사 앞, 그린피스 엑티비스트의 손에 담긴 벌 사체(사진=그린피스)


보고서는 밀원면적이 최소한 30만ha가 되어야 하며 ▲국유림·공유림 내 다양한 밀원 조성 ▲사유림 내 생태계 서비스 제공 조림의 직접 지불 확대 ▲생활권 화분 매개 서식지 확대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

국내 목표 밀원면적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것은 이번 보고서가 처음이다. 보고서는 벌통 하나에 살고있는 꿀벌의 천연 꿀 요구량은 최소 30kg로 1ha의 밀원수에서 약 300kg의 꿀이 생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국내 250만군 이상의 양봉꿀벌과 재래꿀벌, 야생벌 등을 감안하면 최소 30만ha의 밀원면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산림청이 임상도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의 밀원면적은 약 15만ha에 그친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매년 약 3800ha씩 밀원면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속도로는 필요 밀원면적을 확보하는 데 약 40년, 과거 밀원면적 수준이 되려면 약 100년이 걸린다.

보고서는 밀원면적 확대를 위해서는 도심지 공원이나 생활권 부지에 밀원식물이 포함된 화단을 반드시 확보하는 등 생태계 기능을 강화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버스 정류장 지붕에 벌을 위한 정원을 조성하여 벌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사례를 들었다.

이번 보고서를 집필한 정철의 안동대학교 식물의학과 교수는 “밀원식물은 벌 뿐 아니라 천적 곤충들에게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해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꿀벌의 집단 폐사는 기후위기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로, 기후위기 대응에도 더욱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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