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례 없는 본토 공격이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한국 경제와 외교, 안보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국제 금융시장은 즉각적인 위험 회피 현상을 보였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79% 하락했으며, 특히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과 직결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61%나 급락했다.
가장 직접적인 충격은 국제 유가에서 나타났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하루 만에 7% 이상 폭등했으며, 분쟁이 격화되어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3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배럴당 120~130달러, 심지어는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경제에 파급 효과는 경제 전반에 걸쳐 연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석유화학 산업은 원재료인 원유 가격 급등과 글로벌 수요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수요 부진으로 래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하면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물류 산업은 HMM, 흥아해운 등 일부 해운사의 주가가 운임 상승 기대로 단기적 강세를 보였으나, 이는 곧 한국 전체 수출품의 물류비 증가로 이어져 가격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으로 분석된다.
중동 지역에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국내 건설사들은 현장의 안전 문제와 공사 지연 등 직접적인 운영 리스크에 노출되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즉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망령이다. 에너지 가격발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경기 둔화가 동시에 발생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분석 보고서는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전 산업의 생산비용은 0.7%, 특히 제조업은 1.2%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동 사태 발생 직후, 한국 정부는 신속하고 다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는 즉각 이스라엘과 이란 일부 지역에 대한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고,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군사적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긴급 상황 점검 회의를 소집하고 에너지, 실물 경제, 금융 시장을 24시간 감시하는 범정부 합동 비상 대응팀을 가동했다.
모든 시나리오 중 최악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을 차단하는 것으로, 세계 경제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블랙 스완' 이벤트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 폭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한국 제조업의 생산비용이 무려 5.19%, 전 산업적으로는 3.02% 급등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정부는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 연장과 같은 정책 카드를 통해 소비자 물가 안정을 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것이 장기적인 에너지 가격 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기에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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