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법원, 초정통파 유대교도 병역면제에 ‘법적 근거 없음’ 판결

가자전쟁 후 내부 여론 악화에 대법원 '초정통파도 징집' 판결
초정통파 정당과의 네타냐후 연정 위기…NYT "새 선거 치를 수도"

에디터 승인 2024.06.27 04:06 의견 0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대법원은 대법관 전원일치로 초정통파 유대교도 학생의 병역 면제 혜택에 법적인 근거가 없으며, 입대 연령이 되면 징병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병역면제 혜택 유지를 요구하며 시위하는 이스라엘 초정통파 유대교도들 (사진=로이터)

또 대법원은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초정통파 유대교도는 정부의 복지 지원과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인해 가자지구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 사회가 극심한 갈등을 겪게 됐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판결에 거세게 반발하는 초정통파 정당들과 함께 꾸린 연립정부의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네타냐후 총리로선 또 하나의 악재에 봉착하게 된 셈이다.

초정통파 유대교도는 전통 유대교 율법을 엄격히 따르는 신자 집단으로 히브리어로 '하레디'라 불린다.

이스라엘은 18세 이상 남녀 모두 군 복무가 의무이지만, 이들은 1948년 건국 이후 홀로코스트로 말살될 뻔한 유대 문화와 학문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는 이유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아왔다.

이스라엘 전체 인구 950만명 가운데 14%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장 빠르게 인구가 늘고 있는 집단이다.

특히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IDI)에 따르면 젊은 층이 불균형적으로 많아 전체 징집 연령대를 놓고 보면 24%를 차지한다.

이스라엘 대법원이 2017년 9월 하레디의 군 면제를 위헌으로 판결했으나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 등의 반발로 이스라엘 정부가 그동안 관련 규정을 수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군 면제 규정의 효력은 지난 4월에 만료됐다.

전쟁이 8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이스라엘군, 특히 재차 소집된 예비군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가해졌다.

지금까지 이스라엘군 600명이 숨진 가운데 정부가 병력 부족을 이유로 예비군 면제 연령을 상향하고, 복무 기간을 늘리는 내용으로 의회에 제출된 법안을 지지하자 반발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CNN은 "초정통파 병역면제는 군 복무 중 가족과 몇 달을 떨어져 지내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을 지켜본 이스라엘인의 분노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이번 판결이 일반 이스라엘인과 초정통파 사이의 갈등이 더욱 심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이스라엘 총리실)

지난 2022년 말 꾸린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도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부의 하레디 징집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샤스당, 토라유대주의연합(UTJ) 등 연정에 포함된 초정통주의 정당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어서다.

이들 정당은 하레디에 대한 병역면제 혜택이 종료되면 연정을 탈퇴하겠다고 위협해왔다.

가디언은 "네타냐후 연정의 안정을 위협하는 정치적으로 폭발적인 결정"이라고 짚었다.

NYT 역시 "대법원 판결로 인해 세속주의 정당과 초정통파 정당이 함께한 네타냐후의 취약한 전시 연정이 위협받게 됐다"며 "정부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어느 쪽이든 탈퇴하면 연정이 무너지고 새 선거를 치르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의 여론은 가자지구 전쟁으로 군 복무 기간 연장까지 추진되는 상황에서 하레디의 병역 면제를 더는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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