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 시장이 올해 들어 시가총액 30조 달러를 달성한 최초의 자산이 되며 역사적 강세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10월 들어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온스당 4,381달러 기록 후 일주일 만에 6% 급락
국제 금 가격은 10월 연초 대비 60% 이상 급등하며 온스당 4,381.21달러라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21일과 22일 이틀간 단기 차익실현과 미-중 무역관계 개선 기대감이 겹치며 하루 만에 5% 이상 폭락했다. 이는 2020년 8월 이후 가장 가파른 일일 하락률이다. 가격은 최고점에서 일주일 만에 4,109달러에서 4,115달러 선까지 밀려났다.
이번 급락의 직접적 촉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정한' 합의에 대한 낙관적 발언을 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확정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감소한 것이었다. 여기에 미국 달러 지수가 3일 연속 0.4%씩 상승하며 달러 강세를 보인 것도 금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시장 분석가들은 이번 하락을 근본적 추세 반전이 아닌 기술적 조정으로 평가하며 투자자들에게 "하락 시 매수" 전략을 조언했다.
국내 금값 10그램당 13만원 돌파…원화 약세가 증폭
국제 시세 급등은 국내 금 시장에도 즉각 반영됐다. 국제 시세 최고점은 국내 가격을 10그램당 13만 원 이상으로 끌어올렸으며, 이후 조정으로 12만 2천 원에서 12만 3천 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한미 무역 마찰과 전반적인 달러 강세 영향으로 달러당 1,430원 수준의 5개월 만의 최저치 부근에서 움직였다. 이러한 원화 약세는 강력한 증폭 효과를 발휘해 국제 시세 상승분 이상의 수익률을 안겨주는 동시에 조정기에는 더 큰 손실을 초래했다.
원화 기준 금 가격은 지난 1년간 69.57% 상승해 달러 기준 상승률을 크게 앞질렀다. 이는 원화 가치 하락이 금의 자산 보전 기능을 더욱 부각시켰음을 의미한다.
중앙은행들 금 매입 가속…올해만 444톤 축적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역사적 속도로 금을 축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415톤을 매입했으며, 8월 말까지 누적 매입량은 444톤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넘어 전략적인 탈달러화 노력의 일환이다. 2022년 러시아의 외환보유고 동결 조치는 미국 달러 및 국채 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갖는 지정학적 위험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중국, 폴란드, 터키 같은 국가들은 통화 주권 강화와 잠재적 제재 위험 회피 수단으로 금을 적극 매입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를 "외환보유고 관리 행태의 구조적 변화"로 규정하며 이 추세가 최소 3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 완화정책·지정학적 리스크가 금값 떠받쳐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통화 긴축 기조 완화를 분명히 하고 있다. 시장은 10월 28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25베이시스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99%에 가깝게 반영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추가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모순된 지표를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3.8%로 견고했으나, 실업률은 4.3%로 소폭 상승했고 9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2만 2천 개 증가에 그쳤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견고한 성장"과 "둔화되는 고용 시장" 사이의 충돌을 명시적으로 지적했다.
여기에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계속되는 분쟁, 그리고 100% 이상의 관세 위협을 포함한 미-중 무역 갈등은 안전자산으로서 금에 대한 끊임없는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미국 달러 지수는 10월 중순 기준 연초 대비 9.4% 하락했다.
2026년 온스당 5,000달러 전망 잇따라
주요 금융기관들의 2026년 금 가격 전망은 놀라울 정도로 강세에 집중돼 있다. 가격 목표치는 온스당 4,600달러에서 5,000달러 범위에 수렴하는 경향을 보인다.
에이치에스비씨(HSBC)는 2026년 상반기에 온스당 5,000달러의 고점을 기록하고 연평균 가격은 4,600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소시에테 제네랄 역시 2026년에 금 가격이 온스당 5,0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12월까지 금 가격 목표치를 온스당 4,9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유비에스(UBS)는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환경과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근거로 2026년 1분기까지 온스당 4,700달러에 도달하는 낙관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다만 위즈덤트리는 정량적 모델을 통해 2026년 2분기까지 금 가격이 온스당 2,70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는 약세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예상치 못한 견고한 경제 성장이나 인플레이션 재발로 연준이 매파적으로 돌아서거나,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될 경우 금값이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투자 수요 급증하나 장신구 수요는 위축
금 가격 급등은 실물 시장에서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낳았다. 골드바와 코인 같은 투자용 상품에 대한 수요는 급증한 반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장신구 수요는 14% 감소했다. 소비자들은 구매를 연기하거나 더 가벼운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금이 전 세계적으로 주류 금융자산으로 성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투자자들이 금을 사치품이 아닌 주식이나 채권처럼 포트폴리오의 필수 구성 요소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의 5~10%를 금에 할당하는 전략적 배분을 일관되게 권장한다. 투자 수단으로는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에게 유동성이 높고 거래 비용이 낮은 금 상장지수펀드가 가장 편리한 방법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시장 타이밍 예측보다 적립식 분할 매수나 정기투자 같은 체계적 접근법을 권장하며, 고점 추격 매수보다는 고점 대비 5~10%의 의미 있는 조정 발생 시를 더 신중한 진입 시점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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