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의 건물들/우크라이나 정부 공식사이트 자료
국제 사회는 두 개의 상반된 장면을 동시에 목격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돌연 무산된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Chernihiv) 지역이 러시아의 대규모 드론 공격으로 불길에 휩싸였다.
이번 공격으로 최소 4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부상했으며, 희생자 중에는 10세 어린이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체르니히우 주도의 전력 공급이 완전히 차단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 드론이 파괴된 시설 상공을 계속 선회하며 복구 작업을 방해했다고 전했다.
체르니히우는 2022년 개전 초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침공을 저지한 상징적인 도시다. 당시 이 지역 방어 성공으로 수도 키이우(Kyiv)가 동쪽에서 포위되는 것을 막았다. 안드리 시비하(Andriy Sybiha)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푸틴은 외교에 준비된 척하지만 실제로는 오늘 밤 러시아가 잔혹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고 비판했다.
정상회담 무산의 배경에는 양측의 타협 불가능한 입장 차이가 있었다.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전화 통화를 통해 헝가리 부다페스트(Budapest)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주 내 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21일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y Lavrov) 러시아 외무장관의 준비 회의가 연기되면서 대통령 간 정상회담도 "가까운 미래에는" 열리기 어렵게 됐다.
익명의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가 "극단적인 요구"를 철회하지 않았으며 휴전에 진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는 쓸데없는 회담을 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시간 낭비를 원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러시아가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돈바스(Donbas) 전체 통제권"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했던 "현재의 접촉선에 기반한 즉각적인 휴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반면 드미트리 페스코프(Dmitry Peskov) 크렘린궁 대변인은 애초에 구체적인 날짜가 확정된 바 없으므로 "연기"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의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아무런 성과도 없는" 단기적 휴전은 필요 없다고 밝혔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및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와 함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는 전투가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현재의 접촉선이 협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전쟁 연구소(ISW)는 크렘린궁이 "우크라이나의 항복 외에는 어떤 것도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일관되게 평가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영공을 대규모로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나토는 경계 태세를 격상하고 "이스턴 센트리(Eastern Sentry)"라는 새로운 방어 작전을 개시했다.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행동을 "무모하고", "용납할 수 없으며", "매우 위험하다"고 규정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21일 체르니히우 공격이 회담 결렬과 동시에 발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이는 협상 테이블에서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전장에서 기정사실을 만들겠다는 계산된 메시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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