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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특별검사 수사에 적극적으로 불응하며 대한민국 법치주의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을 조사실로 ‘인치(引致)’하려는 시도를 반복했지만, 그는 수용실에서 나오기를 완강히 거부했다. 이에 서울구치소 측은 "전직 대통령인 점 등을 고려할 때 강제적 물리력을 동원하긴 어려워 난감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법 집행의 실질적 장벽이 전직 국가원수의 상징적 지위에 있음을 드러냈다. 이는 법적 원칙과 사회정치적 현실 사이의 심각한 괴리를 여실히 보여준다.

법적 원칙과 현실의 충돌

형사소송법은 구속된 피의자에 대해 기존 구속영장의 효력으로 조사실에 구인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대법원 판례(2013모160 결정) 역시 구금된 피의자가 신문 출석을 거부할 경우, 물리력 동원이 가능하다고 명확히 판시했다. 법적 근거는 분명하지만, 문제는 집행 주체인 교정 당국에 있다. 이들은 물리력 사용에 대한 명확한 절차적 규정이 없다는 점과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을 이유로 강제력 행사에 "제도적 난색"을 표하고 있다. 법적 원칙이 현실의 벽 앞에서 무력해지는 상황이다.

과거 전직 대통령들의 사례는 윤 전 대통령의 현재 태도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1995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소환에 불응하며 "골목성명"을 발표하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등 강하게 반발했지만, 검찰의 강제 구인으로 구속된 후에는 옥중 조사에 협조했다. 반면,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거부했으나, 이들의 저항은 조사실로의 물리적 이동을 막기보다는 비협조적인 태도에 가까웠다. 윤 전 대통령의 경우는 수용실에서 나가는 것 자체를 거부하며 교정 당국의 직접적인 물리력 사용을 요구하는, "전직 어떤 대통령에게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태도"로 평가받는다.

국제사회의 추세와 한국의 딜레마

전 세계적으로 전직 국가원수들의 사법적 책임은 강화되는 추세다. 1998년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독재자가 영국에서 체포된 사건은 전직 국가원수의 면책 특권 주장을 기각한 획기적인 판례를 남겼다. 영국 대법원은 "퇴임 후 세계 지도자들을 기소로부터 보호하던 규칙을 다시 썼다"고 평가받는 판결로 국제적 책임의 개념을 확고히 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또한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등 현직 및 전직 국가원수들을 기소하며 책임 추궁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강한 법적 시스템을 가진 다른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난관은 존재한다. 미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의회 소환에 불응할 경우 '의회 모욕죄'가 적용될 수 있지만, 연방보안관이 비밀경호국 경호를 받는 전직 대통령을 체포하려 할 경우 "헌법적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독일에서도 전직 총리에게 관례적으로 주어지던 사무실과 직원이 자동적인 권리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는 등, 퇴임 후 특권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추세가 나타난다.

한국의 상황은 이러한 국제적 추세와 달리 '불문율적 정치적 존중'이 법적 원칙을 압도하는 양상을 보인다. 교정 당국은 법적 원칙보다 전직 대통령의 지위가 가지는 상징적 영향력과 정치적 반발에 대한 우려를 우선시하고 있다. 이는 법의 지배가 정치적 편의에 의해 우회될 수 있는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무너진 법치주의를 재건하는 길

이번 사태는 사법적 책임이라는 당위와 전직 국가원수의 품위라는 비공식적 가치 사이의 해묵은 긴장을 폭로했다. 이는 법적 공백을 시급히 메워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첫째, 형사소송법 또는 관련 교정 법규 내에 고위급 구금자를 포함한 피의자에게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 절차, 그리고 허용 가능한 범위에 대한 명확한 법적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 이는 법적 모호성을 제거하고 교정 공무원들이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둘째, 교정 시설과 수사 기관은 고위급 구금자의 비협조에 대처하기 위한 상세한 내부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한다. 이 프로토콜은 법의 지배에 대한 엄격한 준수를 목표로 하고, 일관성을 확보하여 임의적인 판단을 방지해야 한다.

셋째, 대중에게 강제 출석의 법적 원칙에 대해 투명하게 소통함으로써 정치적 비난에 대응하고,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만약 물리적 강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특별검사팀은 피의자의 추가 심문 없이 기존 증거에 의존하여 즉시 기소하는 등의 전략적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문제를 넘어, 법의 지배가 특정 신분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남겼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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