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9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외압 의혹이 제기된 7,100억 원 규모의 필리핀 교량 건설 차관 사업에 대해 전격 중단을 명령하면서 정치권과 외교가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권 의원은 이를 "정적 죽이기"라며 강력히 반발해, 양측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정부패 소지가 있는 부실 사업으로 판정된 해당 사업에 대해 즉시 절차 중지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그마치 7,000억 원 규모의 혈세를 불필요하게 낭비하지 않고, 부실과 부패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한 시사주간지가 8일 권 의원의 외압 의혹을 보도한 지 하루 만에, 그리고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보고된 당일에 이뤄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압 의혹과 사업 재개의 전말
논란이 된 사업은 필리핀 정부가 2023년 11월 한국에 지원을 요청한 'PBBM 농촌 모듈형 교량 사업'이다. 필리핀 대통령의 이름을 딴 이 사업은 필리핀의 최핵심 국책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기획재정부는 사업성 검토 후 2024년 4월, 사업 실패 및 부패 가능성을 이유로 필리핀 정부에 공식적으로 지원 불가 통보를 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권성동 의원이 최상목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직접 만나고 실무자들을 의원실로 부르는 등 세 차례에 걸쳐 사업 재개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권 의원은 대우건설과 삼부토건 등의 참여 의사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기획재정부는 2024년 10월,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사업 규모를 축소해 타당성조사 용역 발주를 승인했다.
"정치 탄압" vs "국익 훼손"
권성동 의원은 대통령의 조치가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11일 예정)을 앞두고 이뤄진 점을 지적하며 "정적 죽이기"이자 "정적 탄압"이라고 격렬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마치 7,000억 원을 지켜낸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는 행정의 기본조차 모른다는 것을 드러낸 것일 뿐"이라며, 현재 단계는 본사업이 아닌 '사업타당성조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권 의원은 외교적 파장을 우려했다. 그는 "야당 탄압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바로 국익과 국가 간 외교 관계"라며,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은 "개발도상국과의 신뢰를 쌓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전략적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 대통령의 이름이 붙은 국책 사업을 대통령이 직접 SNS를 통해 '부패 우려'를 거론하며 중단시킨 것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는 국내 정치적 갈등이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통령의 전격적인 사업 중단 결정이 향후 필리핀과의 관계 및 한국의 대외 신인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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