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건물/미국 상원 홈페이지 자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해 미 상원이 주한미군 병력 감축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동시에 제한하는 법안을 초당적 지지로 통과시켰다. 이는 의회가 동맹 공약의 변동성을 우려해 구축한 '입법적 방화벽'으로 평가된다.

미국 상원이 10월 9일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 S.2296)을 찬성 77표, 반대 20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국방부 장관이 해당 조치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의회에 인증할 때까지 한반도 주둔 미군을 28,500명 이하로 감축하거나 한미연합사령부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완료하는 데 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이번 법안의 가장 주목할 점은 병력 유지 조항과 전작권 전환을 처음으로 연계했다는 것이다. 국방수권법에 전작권 전환을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동맹의 지휘구조에 대한 의회의 감독 권한이 중대하게 확장됐음을 의미한다.

주한미군 병력 수준을 법으로 보장하는 조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9~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도 포함됐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자 의회가 법적 구속력 있는 금지 조항을 삽입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2022~2025 회계연도 법안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회 의견' 표명으로 완화됐으나, 이번에 다시 강력한 금지 조항으로 회귀했다.

상원 군사위원회가 발표한 법안 요약문에 따르면, 총 9,250억 달러의 국방 예산을 승인하는 이번 법안은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으로 구성된 침략의 축"을 명시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글로벌 위협 환경에 대응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 하원도 9월 10일 자체 법안(H.R. 3838)을 통과시켰으며, 여기에는 28,500명의 병력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회 의견'이 포함됐다. 다음 단계는 상·하원 협의회를 통해 두 법안의 차이를 조율하고 단일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법적 구속력이 더 강한 상원안의 조항이 최종안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한국에 복합적인 과제를 안겨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병력 감축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아주는 방패가 되는 동시에, 한국의 핵심 주권 목표인 전작권 전환을 복잡하게 만들고, 협상 압박을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집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에 연간 100억 달러를 요구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는 2026년 한국이 약 11억 4천만 달러를 부담하기로 한 현행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계와 비교할 때 약 9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는 또한 한국이 "매우 적은 돈"을 내는 "돈 버는 기계"이며 "스스로 국방을 책임져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해왔다.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약 28,500명이 주둔 중이며 이 규모는 10년 이상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에 40,000명 또는 45,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고 잘못된 주장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전작권 전환은 오랫동안 한국의 핵심 주권 과제로 여겨져 왔으며, 완전한 군사 주권 회복의 중요한 단계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전작권 전환 완료를 위한 예산 집행을 병력 감축과 동일한 수준의 엄격한 인증 절차에 종속시켰다. 이는 전작권 전환 문제를 미 의회의 직접적인 감독하에 두고, 워싱턴의 국내 정치 역학에 따라 영향을 받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한편 미 국방 기관 내에서는 주한미군의 임무를 북한 억제를 넘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더 넓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통합해야 한다는 '전략적 유연성' 논의도 활발하다. 이는 대만 해협 유사시와 같은 역내 분쟁 상황에서 주한미군 자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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