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종교행사 압사사고 사망 121명…대부분 여성·어린이

"무더위에 행사 후 급히 떠나려다 발생"…행사장 텐트 밀폐와 참가자 과다가 원인

에디터 승인 2024.07.03 19:56 의견 0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 북부에서 발생한 힌두교 행사 압사사고 사망자수가 121명으로 늘어났다고 ANI 통신사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칸드라라오 병원 밖 시신 옆에서 애도하는 친척들 (사진=AP)

사고는 2일(현지시간) 우타르프라데시주 주도 러크나우에서 남서쪽으로 약 350km 떨어진 하트라스 지역의 힌두교 행사장에서 행사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서둘러 떠나던 도중 발생했다.

우타르프라데시주 경찰청장 프라샨트 쿠마르는 AP에 이번 사고의 사망자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이고, 부상자도 80명을 넘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힌두교 행사장 압사 참사와 관련해 참가자들이 갑자기 몰려 넘어진 이유, 주최 측 과실 문제 등 사고 원인과 관련한 여러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참사를 유발한 직접적인 원인이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경찰은 일단 무덥고 습한 행사장에서 숨이 막혀 불편함을 느낀 일부 참가자들이 행사 종료 후
서둘러 떠나려고 앞다퉈 달리기 시작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우타르프라데시주 하트라스 지역에 마련된 행사장은 임시 텐트로 꾸며졌고 밀폐돼 있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10대 목격자로 병원에 입원한 죠티는 3일 현지 일간 힌두스탄타임스에 "사고 현장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있었고 사고는 행사 종료 후 사람들이 서둘러 떠나려다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죠티는 "(텐트에) 출구가 없었고 사람들이 쓰러지자 그 위에 다른 사람들이 또 넘어졌다"면서 밖으로 나가려다 텐트 주위에 세워진 오토바이 때문에 쉽게 빠져 나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참가자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점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찰 관계자는 행사 참가자가 1만5천여명으로 주최 측이 허가받은 참가인원 5천여명의 세 배에 달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지역 행정관 아시시 쿠마르도 로이터 통신에 "행사 후 사람들이 떠나려 할 당시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린 게 사고 원인의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테이프로 치명적인 압사 사건 발생 하루 만에 현장 봉쇄 (사진=AP)

사람들이 행사장 바닥 진흙 부분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것이 참사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타르프라데시주의 고위 관리인 차이트라 V는 인도 뉴스채널에 "행사장 바닥 한 곳에는 진흙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거기서 미끄러져 넘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행사장 내) 열기 때문에 사람들이 식수가 마련된 곳으로 몰려가다가 사고가 났을 수 있다"고도 했다.

프라샨트 쿠마르 우타르프라데시 경찰청장은 행사 주최 측 과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며 책임자를 신속히 가려내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인도국민당(BJP)이 집권 중인 주정부와 연방정부를 겨냥한 책임론이 터져 나왔다.

의회 의원인 라제시 쿠마르 자는 취재진에 "무엇이 일어났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는지 보라.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번 참사는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행사 참가자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국이 (행사 관련) 안전 절차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람들은 앞으로도 죽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도에서는 종교행사와 관련한 압사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2013년에는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에서 힌두교 축제를 위해 사원을 찾았던 순례자들이 다리 위에 서 있다가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앞다퉈 벗어나다가 압사사고가 나 최소 115명이 숨졌다. 2011년에는 남부 케랄라주에서도 종교 축제에서 압사사고로 1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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