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 주석 정리원이 선거에서 승리한 후 당 본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정리원 페이스북 캡춰


대만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의 새 주석으로 '다크호스'로 불리던 정리원(鄭麗文·56) 전 입법위원(국회의원)이 선출됐다.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출신이라는 이례적 이력을 가진 정 당선인은 '92공식'을 고수하며 중국과의 대화 재개를 통한 평화를 강조해, 향후 대만 정치 및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선거 결과: 과반 득표로 당선 확정

지난 18일 치러진 대만 국민당 주석 선거에서 정리원 후보가 전체 유효표의 50.15%인 6만 5,122표를 획득하며 당선을 확정 지었다. 이로써 정 당선인은 2016년 홍슈주 전 주석에 이어 국민당 역사상 두 번째 직선 여성 주석으로 기록됐다.

주요 경쟁자였던 허우룽빈(郝龍斌) 전 타이베이 시장을 누른 이번 승리는 당내 기성세력이 아닌 기층 당원과 군·공무원·교사 계층의 폭넓은 지지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 당선인의 공식 임기는 오는 11월 1일부터 시작된다.

당선 배경: '양에서 사자로'…개혁과 강한 야당 향한 기대감

정리원 당선인의 승리는 여러 면에서 이변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정치 이력은 집권 민진당에서 시작됐으며, 이후 국민당으로 당적을 옮긴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정 당선인은 "국민당을 '양'에서 '사자'로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내걸며 무기력한 야당의 이미지를 벗고 강력한 대여 투쟁을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 연이은 선거 패배로 침체된 당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당내 개혁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의 당선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독립 성향의 민진당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예산 증액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군사적 긴장 고조가 아닌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를 통한 평화 유지를 주장한 것이 보수 지지층의 표심을 자극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향후 전망: '92공식' 기반 양안 대화 복원 시도…미·중 관계 속 시험대

정리원 신임 주석 체제의 국민당은 양안 관계에서 이전보다 뚜렷한 친중(親中)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당선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축전을 보내 '92공식'('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1992년 합의)과 '대만 독립 반대'라는 공동의 정치적 기반을 견지하자고 강조했다.

이에 정 당선인 역시 "양안은 모두 중화민족"이라 화답하며 '92공식'을 기반으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혀, 향후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 간의 소통 채널이 본격적으로 복원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대만 독립을 추구하며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라이칭더 총통의 민진당 정부와는 정반대의 노선이다. 따라서 대만 내부에서는 친미·독립 노선과 친중·화합 노선 간의 정치적 대립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국민당 지도부는 2026년 지방선거와 2028년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에 맞서 승리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정 당선인이 내세운 '평화' 노선이 대만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 당의 재건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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