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賴清德) 대만 총통/공식 페이스북 캡춰


라이칭더(賴清德) 대만 총통이 중국의 군사 위협에 맞서 이스라엘의 '아이언돔(Iron Dome)'을 본뜬 독자 미사일 방어체계 '티-돔(T-Dome, Taiwan Dome)' 구축을 선언했으나,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난제, 중국과의 군사력 격차로 인해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라이 총통은 지난 10월 10일 쌍십절 국경절 기념 연설에서 "다층 방어, 고도의 탐지 및 효과적 요격" 능력을 갖춘 티-돔 구축을 가속화해 대만의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무인기, 로켓, 미사일, 군용기 등 복합적인 공중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 방공 시스템을 목표로 한다.

라이 총통은 티-돔 구축을 위해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의 3%를 넘어 2030년까지 5%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이는 대만의 강력한 자주국방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특히 미국 등 우방국에 대만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티-돔 구상의 현실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막대한 예산이다. 국립정치대학의 한 전문가는 "이스라엘 시스템을 모델로 한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티-돔이 기존 방공 시스템을 통합하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구체적인 예산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공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기술적 문제 또한 만만치 않다. 티-돔은 첨단 기술과 인공지능을 접목한 '스마트 방어 전투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 군수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핵심 기술 이전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 전문가는 "티-돔 건설은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며, 라이 총통의 남은 임기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대만과 이스라엘이 직면한 위협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은 주로 하마스(Hamas)나 헤즈볼라(Hezbollah)의 비교적 정교하지 않은 로켓포나 단거리 미사일을 막아내는 데 특화돼 있다.

반면 대만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중국을 상대해야 한다. 중국은 대만을 직접 겨냥해 수천 기의 단거리·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회피 기동이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東風)-17호 등을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아이언돔과 같은 시스템으로는 중국의 대규모 미사일 포화 공격을 막아내는 데 명백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군사 전문가는 "중국이 쏟아부을 엄청난 수의 정교한 미사일에 아이언돔 시스템은 금방 압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 때문에 대만의 티-돔 계획은 이스라엘 아이언돔의 직접적인 복제보다는 기존의 다층 미사일 방어망을 강화하고 통합하는 개념에 가까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고고도 요격은 미국에서 도입한 패트리엇(Patriot) PAC-3 미사일이 담당하고, 중·저고도는 자국산 톈궁(天弓, Sky Bow) 시리즈 미사일이 방어하는 다층 방어망을 운용 중이다. 최근에는 요격 고도를 70킬로미터까지 높인 신형 창궁(強弓)-1 미사일을 공개하는 등 지속적으로 방어 능력을 개선하고 있다.

라이칭더 총통의 티-돔 구상은 중국의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한편, 기존 방공 시스템의 현대화와 통합을 가속화하려는 정책적 목표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만판 아이언돔'이라는 명칭이 주는 기대와는 달리,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한계, 그리고 중국의 압도적인 군사 위협이라는 현실적인 벽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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