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민국 행정원/위키백과 By 林高志 - 자작, CC BY-SA 4.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63970808
대만이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드론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 행정원은 오는 2030년까지 6년간 총 442억 대만달러(약 2조원)를 투입하는 '드론 산업 발전 총괄 프로젝트'를 승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계획의 핵심 목표는 대만을 '아시아의 민주주의 드론 공급망 허브'로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50억5천만 대만달러 수준인 드론 산업의 연간 생산 가치를 2030년까지 400억 대만달러 이상으로 8배 가까이 성장시킬 계획이다.
투자 재원 구성을 보면 442억 대만달러 중 338억 대만달러가 신규 예산으로 편성됐고, 기존 예산 104억3천만 대만달러가 이관됐다. 전체 예산의 76%가 새로운 자본 투입인 만큼 대만 정부가 이 산업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0만대 규모 공공조달로 내수시장 창출
대만 경제부(MOEA·Ministry of Economic Affairs)는 이번 계획을 위해 수요 확대, 연구개발 강화, 산업 생태계 구축, 규제 개혁이라는 네 가지 핵심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약 10만대에 달하는 대규모 공공 조달 계획이다. 조달 물량은 민간 및 정부용 5만898대와 국방용 4만8750대로 구성된다. 국방부는 2026년과 2027년 두 해에만 군용 규격의 상용 드론 약 5만대를 확보할 계획이다.
대만 정부는 경찰, 기반시설 점검, 농업 등 민간 분야에서 대규모의 안정적인 내수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약 250개에 달하는 국내 드론 제조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렇게 형성된 상업용 드론 산업 기반은 군용 드론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전망이다.
연구개발 측면에서는 50개의 국내 프로젝트와 10개의 국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비행 제어 칩, 통신 모듈, 인공지능 기반 비행 제어 소프트웨어 등 핵심 부품 개발에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산업 단지 조성도 적극 추진된다. 자이(Chiayi)현에 위치한 국가중산과학연구원(NCSIST·National Chung-Shan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민슝(Minxiong) 캠퍼스는 100개의 드론 생산 기업을 유치하는 핵심 거점으로 지정됐다. 혁신 연구 센터와 18개의 시험 비행장도 구축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교훈…군용 드론 '소모품'으로 재분류
이번 투자는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직접 연결돼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이 현대전의 핵심 무기임을 입증했으며, 이는 과거 드론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던 대만에게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대만은 수적으로 우세한 중국 군사력에 맞서기 위한 비대칭 억제 전략의 핵심 요소로 드론을 채택했다. 저비용 드론을 대량 활용해 고가의 중국군 자산에 불균형적인 피해를 입혀 침공의 비용과 위험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대만 국방부가 군용 드론을 전통적인 항공기 자산이 아닌 '소모품' 또는 '탄약'으로 공식 재분류한 것이다. 이는 미국 국방부의 최근 정책 변화와 같은 방향이다.
이러한 재분류는 단순한 행정적 변경이 아니라 군사적 사고방식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소형 드론을 탄약처럼 취급함으로써 일선 지휘관들이 자산 손실에 대한 부담 없이 고위험 정찰, 단방향 공격 임무 등에서 드론을 더욱 공격적이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대만의 드론 교리는 '전력 보존', '연안 장악', '상륙 거점 무력화'라는 3단계 '총체적 방위 구상'에 통합돼 있다. 1단계에서는 텅윈(Teng Yun) 같은 대형 고고도 장기체공 드론이 조기 경보 및 지휘통제 체계의 생존성을 보장한다. 2단계에서는 젠샹(Chien-Hsiang) 같은 중형 드론이 전자전 임무를 수행하고 중국의 연안 감시 센서를 무력화한다. 3단계에서는 대량의 소모성 배회 폭탄과 1인칭 시점 자폭 드론이 상륙 부대에 정밀 타격을 가해 침공군에게 '지옥 풍경'을 조성한다.
'비중국산' 공급망 구축 흐름 적극 활용
대만의 드론 전략은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기술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활용하려는 지정경제학적 구상이기도 하다.
현재 글로벌 상업용 드론 시장은 중국 기업, 특히 디제이아이(DJI)가 약 70~90%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산 드론에 내재된 데이터 유출 및 안보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은 중국 제조업체에 대한 제재와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비중국산 드론을 찾으려는 강력한 수요가 발생했다.
대만은 중국산 부품 없이도 드론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을 갖춘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대만이 내세우는 경쟁 우위는 완결된 정보통신기술 공급망, 신속하고 유연한 생산 능력, 그리고 중국산 부품으로부터 독립된 드론을 생산해 온 검증된 실적이다.
이러한 전략은 미국, 일본, 체코, 폴란드 등 8개국과의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공식화되고 있다. 대만 기업 250개 이상이 참여하는 '대만 우수 드론 국제 비즈니스 기회 연합'(TEDIBOA·Taiwan Excellent Drone International Business Opportunity Alliance)은 국제 협력의 핵심 창구 역할을 수행한다.
올해 9월에는 대만의 썬더 타이거(Thunder Tiger)사가 개발한 '오버킬(Overkill)' 1인칭 시점 자폭 드론이 미국 국방부의 '블루 무인항공체계'(Blue UAS) 인증 목록에 등재됐다. 이는 대만 기업으로서는 최초의 사례다.
블루 무인항공체계 프로그램은 정부 및 군사용으로 사용될 안전한 드론을 심사하고 승인하는 미국 국방부의 핵심 이니셔티브다. 목록 등재는 해당 드론이 미국 국방수권법을 준수하고 엄격한 사이버 보안 및 공급망 감사를 통과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대만 방위 산업이 미 국방부의 가장 엄격한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음을 입증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한다. 올해 첫 7개월 동안 대만의 드론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50% 급증했으며, 대부분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했다.
핵심 부품 해외 의존도는 여전한 과제
다만 대만 드론 산업은 강점과 함께 명확한 약점도 안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및 시스템 통합 능력은 분명한 자산이지만, 열화상 카메라, 비행 제어 칩 등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는 여전히 심각한 취약점이다.
산업 전반이 열화상 카메라, 레이저 거리 측정기, 고성능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칩, 비행 제어 칩, 통신 모듈 등 핵심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인재 부족, 협소한 영공으로 인한 시험 비행 제약, 중국의 경제적 보복 위협 등도 계획의 성공을 가로막는 실질적인 위협 요소다.
전문가들은 대만 기업들이 복잡한 미국 시장 진입에 앞서 유럽 시장을 우선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안보 위협이 더욱 절박한 유럽 국가들이 신기술 도입에 더 신속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군수 지원의 핵심 거점인 폴란드는 대만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 될 잠재력을 지녔다.
대만의 드론 전략은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을 연계한 야심 찬 시도다. 이 계획의 성공 여부는 향후 6년간 핵심 부품의 국산화 및 공급망 내재화, 복잡한 국제 시장 진입 장벽 극복, 그리고 새롭게 확보된 드론 전력을 군사 교리에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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