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28일 개최한 첫 정상회담/일본 총리실 자료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28일 개최한 첫 정상회담에서 미일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New Golden Age)'를 선언하며 5,5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 합의와 핵심 광물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취임 불과 일주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외교 무대에 선 다카이치 총리는 정치적 스승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외교 전략을 성공적으로 계승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미일 동맹 강화의 기회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베의 유산, 다카이치가 잇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초기부터 자신을 아베 전 총리의 후계자로 명확히 위치시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유대감 형성에 나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베 전 총리가 생전에 "당신의 역동적인 외교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고 전하며, 자신의 멘토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오랜 우정"에 감사를 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전 총리가 "당신에 대해 매우 좋게 말했다"며 "그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매우 기뻐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선물 교환도 주목을 받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전 총리가 생전에 사용했던 퍼터와 금박 골프공, 일본의 유명 골프 선수 마쓰야마 히데키(松山英樹)의 사인이 담긴 캐디백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와 다카이치 총리의 '일본이 돌아왔다(Japan is Back)' 모자도 교환됐다.
일본 정부는 회담 준비 과정에서 2019년 트럼프 대통령 국빈 방문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을 다시 소집하고, 아베 전 총리의 통역을 맡았던 다카오 스나오(高尾砂雄)를 통역관으로 기용하는 등 아베 시대의 성공 경험을 철저히 재현하려 했다.
5,500억 달러 투자와 관세 인하 합의
이번 회담의 핵심 성과는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프레임워크 구축이다. 일본은 반도체, 핵심 광물, 조선업 등 미국의 전략적 산업 분야에 대규모 투자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으며,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7.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중 도요타(Toyota)의 100억 달러 미국 내 자동차 공장 투자 계획을 언급했다. 양국 정부 발표 문서에는 2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는 약 4,0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명시됐다.
일본은 또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 쌀, 소고기, 대두 등의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회담장 밖에는 포드(Ford) F-150 픽업트럭이 전시돼 자동차 무역 불균형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를 의식한 상징적 제스처를 보였다.
중국 견제 위한 핵심 광물 협력
양국은 희토류 및 핵심 광물의 채굴, 가공, 공급망 확보를 위한 공동 협력 체제 구축에도 합의했다. 이는 전 세계 공급량의 대부분을 통제하는 중국에 대한 전략적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다카이치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바이오, 우주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 각서도 체결했다.
방위비 증액 앞당기고 군사 동맹 과시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의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가장 중요한 공약은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의 2%까지 증액하는 목표 시점을 기존 2027년에서 2025년으로 2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기지에 정박 중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USS George Washington)에 함께 올랐다. 다카이치 총리가 대통령 전용 헬리콥터인 마린원(Marine One)에 트럼프 대통령과 동승한 것은 외국 정상에게 매우 이례적인 대우였다.
6,000여 명의 미군 장병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를 "승리자(winner)"라고 칭했다.
두 정상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들을 함께 면담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비공개 회담에서 대만 해협의 긴장 문제도 논의했다고 확인했다.
노벨상 추천 공언으로 트럼프 공략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휴전과 태국-캄보디아 분쟁을 중재한 것을 "전례 없는 역사적 위업"이라고 극찬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일 관계 발전은 역내 평화와 안정에 유익해야 한다"고 논평해 강화된 미일 동맹의 대중국 견제 구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순방지는 한국 부산이다.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라는 막대한 투자 규모와 방위비 증액은 향후 한미 간 무역 및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요구할 기준을 높게 설정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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