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 검찰이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명성 뒤에 숨겨진 불법 노동 착취 구조를 정조준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밀라노 검찰은 최근 구찌(Gucci), 베르사체(Versace)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13곳을 대상으로 공급망 내 조직적 노동 착취 혐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 로로피아나·토즈 등 13개 브랜드 수사선상... 폭력과 장시간 노동의 민낯
파올로 스토라리 검사가 이끄는 수사팀은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디올에서 시작된 수사 범위를 케어링(Kering), LVMH, 프라다 그룹 등 글로벌 럭셔리 그룹 전반으로 확대했다. 현재 수사 대상에는 구찌, 이브 생 로랑, 알렉산더 맥퀸, 로로피아나, 지방시, 프라다, 베르사체, 돌체 앤 가바나, 페라가모, 미쏘니, 토즈, 아디다스 이탈리아, 핀코 등 13개 브랜드가 포함됐다.
검찰 조사 결과, 화려한 명품 산업의 이면에는 참혹한 노동 현실이 존재했다. 중국과 파키스탄 출신 이주 노동자들은 비위생적인 공장 내 임시 숙소에 거주하며 주당 최대 90시간의 강제 노동에 시달렸고, 임금은 시간당 4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생산 속도를 위해 기계 안전장치를 제거하는 등 위험천만한 작업 환경도 확인됐다.
특히 LVMH 소유의 로로피아나는 생산 능력이 없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무허가 공장에 일감을 넘긴 사실이 드러나 지난 7월 법원으로부터 1년간의 사법 관리 처분을 받았다. 해당 공장에서는 임금 체불을 항의하던 노동자가 폭행당해 입원하는 등 물리적 폭력까지 자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토즈(Tod's) 역시 하청 업체의 노동 착취를 묵인한 혐의로 디에고 델라 발레 회장을 포함한 임원진이 수사 대상에 올랐으며, 검찰은 법원에 광고 금지 처분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델라 발레 회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 2000유로 가방 공임은 50유로... 기형적 수익 구조에 칼 빼든 정부
검찰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브랜드들의 기형적인 수익 구조와 책임 회피용 하청 계약에 있다고 보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매장에서 2,000유로(약 290만 원)에 팔리는 가방의 공장 제작 단가는 고작 50유로(약 7만 원) 내외에 불과했다. 브랜드들은 1차 공급업체와 형식적인 계약을 맺어 법적 책임을 피하고, 실제 생산은 2차, 3차 하청으로 넘기며 노동자들의 법적 지위를 세탁하고 착취를 은폐해 왔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자 이탈리아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아돌포 우르소 산업부 장관은 패션 기업들이 공급망의 합법성을 사전에 인증받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실추된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은 이번 사건이 하청 계약이 글로벌 의류 산업의 불법적 표준임을 보여주었다며, 향후 명품 브랜드들이 공급망 투명성에 대해 더 강력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노동착취 #공급망 #밀라노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