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는 쌍둥이자리 유성우를 '자연의 빛 쇼'라고 부릅니다. 사진은 노르웨이에서 오로라와 함께 반짝이는 유성 섬광을 포착한 모습/NASA 자료


13일 밤부터 14일 새벽 사이 연중 가장 화려한 천체 현상인 쌍둥이자리 유성우(Geminid meteor shower)가 극대기를 맞는다. 올해는 월령 조건이 최근 몇 년 중 가장 우수해 천문학계와 관측가들의 기대가 높다.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12월 4일부터 20일까지 활동하지만, 극대기인 13일 밤부터 14일 새벽 사이가 관측의 핵심 시간대다. 국제유성기구(IMO)와 미국유성학회(AMS)에 따르면 시간당 천정율(ZHR)이 120~150개에 달해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를 능가하는 규모다.

올해 관측 조건이 특히 좋은 이유는 달 때문이다. 극대기 당일 달은 밝기 약 30% 수준의 하현달로, 14일 새벽 1~2시경에야 떠오른다. 이는 저녁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약 5시간 동안 달빛이 전혀 없는 완벽한 암흑 상태가 보장된다는 의미다. 2024년에는 보름달이 밤새 떠 있어 최악의 조건을 제공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 소행성 기원 유성우의 독특한 특성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대부분의 유성우가 혜성에서 기원하는 것과 달리 소행성 '3200 파에톤(3200 Phaethon)'에서 비롯된다. 1983년 적외선 천문 위성(IRAS)에 의해 발견된 이 천체는 지름 약 5.8km의 작은 암석 덩어리로, 태양에 접근할 때 수성 궤도 안쪽인 약 0.14 천문단위(AU)까지 다가가며 표면 온도가 섭씨 750도 이상으로 치솟는다.

최근 연구 결과는 파에톤의 미스터리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2022년과 2023년 NASA의 태양 탐사선들이 보내온 데이터에 따르면, 파에톤이 근일점에서 방출하는 꼬리의 주성분은 먼지가 아니라 나트륨 가스임이 밝혀졌다. 파에톤 내부의 나트륨이 태양열에 의해 기화되어 우주 공간으로 분출되면서 혜성처럼 보이는 꼬리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측된 나트륨 방출량만으로는 현재 지구에서 관측되는 거대한 쌍둥이자리 유성우의 물질 총량을 설명하기 어렵다. 프린스턴 대학 등의 연구진은 과거 파에톤이 겪었던 다른 천체와의 고속 충돌이나 가스 폭발 같은 격변적 사건으로 인해 일시에 대량의 파편이 방출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 한국 내 최적 관측지는 영양과 강원 고지대

국내에서는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의 영양 반딧불이 생태공원이 최고의 관측지로 꼽힌다. 이곳은 2015년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협회(IDA)로부터 '국제밤하늘보호공원(Silver Tier)'으로 지정됐다. 밤하늘 밝기 측정기(SQM) 수치가 평균 21.56~21.61 mag/arcsec²에 달해 인공 불빛이 거의 없는 원시적인 어둠을 제공한다.

강원도 고지대인 안반데기와 대관령도 좋은 선택지다. 해발 1,100m 이상의 고지대는 대기 밀도가 낮아 투명도가 높고, 낮은 구름이나 안개보다 위에 위치할 확률이 있어 기상 변수에서 유리하다. 다만 12월 중순 강원도 산간의 체감 온도는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질 수 있어 철저한 방한 대책이 필요하다.

수도권에서는 양평의 중미산 천문대가 접근성이 좋다. 서울에서 차로 40분~1시간 거리에 위치하며, 해발 420m 숲속에 자리 잡고 있어 수도권의 광해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 관측 요령과 과학 외교적 의미

유성우 관측에는 망원경이나 쌍안경이 필요 없다. 오히려 시야를 좁혀 관측에 방해가 된다. 맨눈이 최고의 장비다. 돗자리나 캠핑 의자를 이용해 누워서 하늘 전체를 조망하되, 복사점인 쌍둥이자리만 응시하지 말고 시선을 45도 정도 비껴 천정 부근을 넓게 보는 것이 좋다.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초속 35km로 진입해 사자자리나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보다 현저히 느린 속도를 보인다. 이 중간 속도는 관측자가 소원을 빌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주며, 노란색을 띠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유성체에 풍부한 나트륨과 철 성분이 대기와의 마찰열로 인해 특정 파장의 빛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한편 쌍둥이자리와 동일한 이름을 가진 국제 제미니 천문대(International Gemini Observatory)는 한국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국제 거대 과학 프로젝트다. 미국,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와 함께 한국천문연구원(KASI)은 하와이와 칠레에 설치된 8.1m 대형 망원경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IGRINS(고분산 적외선 분광기) 같은 첨단 관측 기기를 공동 개발하여 천문대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파에톤의 비밀을 풀기 위해 2028년 발사를 목표로 심우주 탐사선 '데스티니 플러스(DESTINY+)' 미션을 준비 중이다. 독일 항공우주센터(DLR)와 협력하여 개발된 먼지 분석기가 탑재될 이 미션은 소행성과 유성우의 기원을 밝히는 결정적인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쌍둥이자리 유성우를 놓쳤다면 12월 21~22일에 극대기를 맞는 작은곰자리 유성우(Ursids)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혜성 8P/Tuttle을 모천체로 하며 시간당 5~10개의 소규모 유성우지만, 극대기인 22일 밤은 월령 3%의 초승달로 달빛이 전혀 없는 완벽한 조건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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