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퇴근 후나 휴가 시 ‘연결되지 않을 권리’ 법 시행

중견기업과 대기업은 26일부터, 종업원 15명 미만 소기업은 내년 8월부터 시행
노동자 '환영' vs 재계 '떨떠름'

에디터 승인 2024.08.26 18:07 | 최종 수정 2024.08.26 19:20 의견 0

주말에 상사가 문자를 보내나요? 집으로 떠난 후에도 오랫동안 직장 이메일 도착 알림이 계속 울리고 있나요?

(사진=Pixabay)


호주에서 퇴근 후나 휴가 시 사용자 측 메일이나 휴대전화에 응답하지 않아도 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 법이 시행에 들어갔다고 AFP통신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법은 지난 2월 제정돼 26일(현지시간)부터 중견기업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발효됐으며, 종업원 15명 미만의 소기업에서는 내년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의 시행으로 인해 호주 수백만 노동자들은 근무 시간 이후 휴대전화나 디지털 기기를 통한 사용자 측 연락에 대해 부당하다고 느껴지면 읽지 않거나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일부 유럽과 남미 국가들에서 도입된 법과 유사하다고 AFP는 전했다.

노동자 측은 이 법을 환영하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 법의 필요성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가정과 직장의 구분이 뒤섞인 이후 더욱 가속화됐다.

스윈번 공과대학(Swinburne University of Technology)의 존 홉킨스(John Hopkins) 부교수는 “디지털 기술이 있기 전에는 침해가 없었고 사람들은 교대 근무가 끝나면 집에 돌아가고 다음날 돌아올 때까지 연락이 없었다”며 "이제 전 세계적으로 휴일에도 이메일, SNS,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고 지적했다.

호주 연구소(Australia Institute)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호주인들은 2023년 평균 281시간의 무급 초과 근무를 했으며 노동의 금전적 가치를 1,300억 호주 달러(880억 달러)로 추산했다.

미셸 오닐 호주 노동조합협의회 회장은 "오늘은 호주 노동자들에게 역사적인 날"이라며 노동계는 그동안 연결되지 않을 권리 확보를 위해 투쟁해왔다고 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공영 ABC방송에 출연하여 자신이 이끄는 노동당 정부가 추진해온 개혁이 이뤄진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앨버니지 총리는 "하루 24시간 내내 일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보장되기를 바란다"며, "이 문제(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정신건강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재계 측은 이 법에 대해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호주산업단체(AIG)는 성명을 통해 "연결되지 않을 권리 법이 숙고 과정 없이 급하게 제정됐다"면서, 사용자나 노동자들이 이제 추가 근무와 관련한 전화를 걸거나 받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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