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 물가가 연간 20% 이상 치솟으면서 생활고가 극심해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라오스 철도 운행 열차 모습 (사진=나무위키)
AFP통신은 17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라오스의 경제 위기가 중국의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참여로 인한 막대한 부채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라오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23%에서 지난해 31%로 급등했으며, 올해도 25%로 고공 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솟기 시작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상황이 더 악화됐다.
특히 쌀, 설탕, 기름, 닭고기 같은 생활필수품 물가가 약 두 배로 오르면서 일반 가계에 큰 타격을 입혔다.
비엔티안의 한 귀금속 상인은 "전에는 특별한 날에 목걸이, 반지, 귀걸이를 사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귀금속을 팔려는 사람들만 온다"라고 말하며, "전에는 가게가 분주했지만 이제는 아무도 금을 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생활고가 심화되면서 라오스의 5세 미만 어린이 중 거의 3명 중 1명이 영양실조로 발육이 멈추는 상황이 발생했다.
ADB는 이 같은 영양실조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라오스 경제가 어려워진 배경에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참여로 인한 대규모 부채가 꼽힌다.
라오스 정부는 약 60억 달러(약 8조4천억원) 규모의 중국-라오스 철도와 수력발전 댐 건설 사업을 위해 중국에서 수십억 달러의 차관을 도입했다.
그 결과, 라오스의 국가채무는 130억 달러(약 18조원)를 돌파하여 GDP의 108% 수준으로 치솟았다.
세계은행은 이러한 국가채무 수준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국가채무 상환으로 인해 외화가 대량 유출되면서 라오스 킵화 가치가 급락하고,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라오스 정부가 지급하는 채무 이자 금액은 올해 총 17억 달러(약 2조4천억원)에 이르며, 향후 3년간 연평균 13억 달러(약 1조8천억원)에 달할 것이다.
미 달러화 대비 킵화 가치는 지난 3년간 절반으로 떨어졌다.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의 포 린 응 이코노미스트는 "라오스가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킵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국내 소비자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심화되어 내수가 위축되고 경제 회복이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당국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긴축 재정을 펼치고 있지만, 세계은행은 이 같은 조치가 주로 채무 상환 연기와 건강, 교육, 복지 관련 지출 제한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라오스 정부에 긴축 조치가 장기적으로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대신 세금 감면 혜택을 줄여 세수를 늘리고 부채 구조 조정을 시도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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