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 총회는 말초 면역 관용에 대한 발견으로 메리 E. 브런코, 프레드 램스델, 시몬 사카구치에게 2025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노벨상 위원회 공식홈페이지 자료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 총회는 6일(현지시간),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메리 E. 브런카우 박사, 프레드 램즈델 박사, 그리고 일본의 사카구치 시몬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 위원회는 이들이 "면역계가 우리 몸을 공격하는 것을 막는 말초 면역 관용에 관한 발견"을 한 공로를 인정했다. 이들은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87만 1,400 파운드)의 상금을 나누어 받게 된다.

이번 수상은 단순히 하나의 질병 치료법을 개발한 것을 넘어, 인체 면역 시스템의 작동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재정립했다는 점에서 의학계에 큰 의미를 지닌다. 수십 년간 면역학은 외부 병원균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공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이들 수상자들은 "왜 우리 몸의 강력한 면역계가 자기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가?"라는 100년 된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그 해답의 중심에는 '조절 T세포'라는,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면역계의 '평화유지군' 또는 '보안요원'이 있었다.

이번 노벨상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과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당시 제임스 P. 앨리슨과 혼조 다스쿠는 암세포에 의해 활성화된 면역계의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면역관문억제제'를 발견한 공로로 수상했다. 이는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반면, 2025년의 수상자들은 바로 그 '브레이크 시스템' 자체, 즉 조절 T세포와 그 작동을 총괄하는 마스터 유전자 Foxp3를 발견했다. 면역계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알게 된 인류가 이제는 면역계를 진정시키는 방법까지 손에 넣게 된 것이다.

태평양 양편에서 만난 두 연구의 극적인 융합

세 수상자의 업적은 수십 년에 걸쳐 지구 반대편에서 진행된 두 개의 독립적인 연구 흐름이 극적으로 만나면서 완성됐다. 일본의 생리학적 접근과 미국의 분자유전학적 접근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면역학의 난제를 해결한 과정은 현대 과학 연구의 협력적 본질을 보여준다.

1990년대 중반까지 면역학계의 정설은 '중심 관용'이었다. 이는 자기 자신을 공격할 수 있는 위험한 T세포들이 성숙 과정에서 흉선이라는 기관에서 제거된다는 이론이었다. 흉선을 통과하는 것은 T세포가 혈류로 나가기 위해 치러야 하는 일종의 '시험'으로 여겨졌으며, 이것이 자기 관용을 유지하는 유일한 메커니즘이라고 믿어졌다.

그러나 당시 일본의 사카구치 시몬 교수는 이러한 통념에 의문을 품었다. 그는 갓 태어난 쥐의 흉선을 제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기존 이론대로라면 T세포 생성이 줄어 면역력이 약해져야 했지만, 놀랍게도 생후 3일 된 쥐의 흉선을 제거하자 쥐들은 오히려 면역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치명적인 자가면역질환을 앓게 되었다. 이 결과는 흉선 밖, 즉 말초 조직에서도 면역 반응을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미지의 메커니즘이 존재함을 시사했다.

이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사카구치 교수는 면역계 내에 다른 T세포의 과도한 공격성을 진정시키는 '경찰' 또는 '보안요원' 역할을 하는 특수한 세포가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그는 1995년 역사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T세포 표면 단백질인 CD4와 CD25를 동시에 발현하는 특정 T세포 집단이 자가면역을 억제하는 능력이 있음을 증명했다. 이것이 바로 '조절 T세포'의 첫 발견이었다. 하지만 그의 발견은 당시 학계의 주류 의견에 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상당한 회의론에 부딪혔다. 기능적으로는 존재가 증명되었지만, 이 세포의 정체성을 규정할 명확한 분자적 표지나 유전적 기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커피' 생쥐에서 찾은 결정적 단서

사카구치의 연구가 진행되던 무렵, 미국 시애틀의 신생 바이오테크 기업 다윈 몰레큘러에서는 또 다른 수수께끼가 연구되고 있었다. 메리 브런카우와 프레드 램즈델이 이끄는 연구팀은 '스커피(scurfy)'라고 불리는 돌연변이 생쥐에 주목했다. 이 생쥐의 수컷들은 X염색체와 연관된 유전적 결함으로 인해 피부가 벗겨지고 비장과 림프절이 비대해지는 등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을 앓다가 일찍 죽었다.

브런카우 연구팀은 이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기 위해 당시로서는 매우 어려웠던 기술인 위치 클로닝에 착수했다. 유전자 정보가 거의 없던 시절, 그들은 끈질긴 노력으로 X염색체의 특정 영역으로 범위를 좁혀 나갔고, 마침내 원인 유전자를 찾아냈다.

2001년, 그들은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 유전자에 Foxp3라는 이름을 붙이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견이 결정적이었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Foxp3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스커피(scurfy) 생쥐의 치명적인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임을 명확히 밝혔다. 둘째, 연구팀은 이 발견을 인간에게까지 확장하여, 희귀하지만 파괴적인 소아 자가면역질환인 'IPEX 증후군' 역시 인간의 Foxp3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로써 Foxp3는 면역 관용을 조절하는 '마스터 조절자'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게 되었다.

브런카우와 램즈델의 2001년 논문은 태평양 건너편 사카구치 교수에게 거대한 지적 충격을 주었다. 그는 Foxp3가 바로 자신이 수년간 찾아 헤맸던 조절 T세포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잃어버린 고리'임을 직감했다. 이후 2년 동안, 사카구치 연구실은 이 두 발견을 연결하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냈다. 그는 Foxp3 유전자가 자신이 1995년에 발견했던 바로 그 CD4+CD25+ T세포의 발달과 기능을 통제하는 핵심 스위치임을 증명했다. Foxp3 유전자가 발현되어야만 T세포가 조절 T세포로 분화하여 면역 억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통합은 면역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사카구치의 기능적, 생리학적 발견은 브런카우와 램즈델의 유전학적, 분자적 발견을 통해 완벽한 설명을 얻게 되었다. 반대로, Foxp3라는 유전자의 기능은 조절 T세포라는 특정 세포 집단의 존재를 통해 그 의미가 명확해졌다. 이로써 면역계가 흉선 밖 말초 조직에서도 조절 T세포라는 특정 세포와 Foxp3라는 마스터 유전자에 의해 능동적으로 통제된다는 '말초 면역 관용'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탄생했다.

학계·산업계·기업가 정신의 완벽한 조합

이번 노벨상은 현대 과학 생태계의 세 가지 중요한 원형을 대표하는 인물들에게 수여되었다. 1951년 일본 나가하마에서 태어난 사카구치 시몬 교수는 조절 T세포 분야의 창시자이자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는다. 그는 교토 대학교에서 의학박사(1976)와 철학박사(1983)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경력을 쌓았다. 일본으로 돌아온 후에는 이화학연구소, 도쿄도 노인종합연구소, 교토 대학교를 거쳐 현재 오사카 대학교 면역학 프론티어 연구센터의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과학적 여정은 주류 학계의 회의론에 맞서 자신의 가설을 끈질기게 증명해 온 과정이었다.

1961년생인 메리 브런카우 박사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시애틀의 시스템 생물학 연구소에서 선임 프로그램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결정적인 발견은 학계가 아닌, 1994년에 합류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다윈 몰레큘러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산업계 연구 환경이 때로는 학계보다 더 혁신적인 기초 발견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녀가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접한 일화는 매우 인상적이다. 10월 6일 새벽, 스웨덴에서 걸려온 전화를 두 번이나 스팸으로 여기고 무시했다. 그러나 잠시 후 새벽 3시경 AP 통신 사진기자가 그녀의 집 문을 두드리면서 비로소 수상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60년 일리노이주 엘름허스트에서 태어난 프레드 램즈델 박사는 기초 발견을 임상 치료제로 전환하는 현대 과학자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UC 샌디에이고에서 학부를, UCLA에서 박사 학위(1987)를 마친 그는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원을 시작으로 이뮤넥스, 다윈 몰레큘러(브런카우와 함께), 자이모제네틱스, 노보 노디스크 등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파커 암 면역치료 연구소의 최고과학책임자를 거쳐, 조절 T세포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는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를 공동 창업했다.

그가 수상 소식을 접했을 때의 일화 역시 그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그는 미리 계획된 휴가 일정에 따라 로키 산맥에서 휴대폰 없이 하이킹과 캠핑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에 노벨 위원회는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세상과 단절된' 수상자는 기초 과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현대 과학자의 모습을 상징한다.

자가면역질환부터 암 치료까지, 질병 치료의 새 지평

조절 T세포와 Foxp3의 발견은 단순히 학문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의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음양'의 조절 원리를 제공했다. 면역 반응을 억제해야 할 때는 브레이크를 밟고, 활성화해야 할 때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정밀한 조절이 가능해진 것이다.

류마티스 관절염, 제1형 당뇨병, 다발성 경화증, 루푸스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은 이제 조절 T세포의 수나 기능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면역계 브레이크 고장'으로 이해될 수 있다. Foxp3 유전자의 발견은 이러한 질병들과 유전적 연관성을 명확히 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절 T세포를 이용한 새로운 치료법들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주요 전략으로는 환자의 혈액에서 조절 T세포를 분리한 뒤, 실험실에서 대량으로 증폭시켜 다시 주입하는 '다클론 조절 T세포 증폭' 방식이 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분리한 조절 T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하여 특정 조직만을 표적하도록 만드는 '유전자 조작 조절 T세포'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제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췌장 조직에만 반응하는 수용체를 조절 T세포에 장착하여 주입하면, 이 세포들은 췌장으로 이동해 국소적으로 염증을 억제한다. 이는 전신 면역 억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살아있는 표적 치료제' 개념이다.

조절 T세포는 암 치료 분야에서 역설적인 역할을 한다. 암세포는 생존을 위해 면역계의 공격을 회피하는 교활한 전략을 사용하는데, 그중 하나가 종양 주변으로 다수의 조절 T세포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종양 미세환경에 모인 조절 T세포들은 암세포를 공격해야 할 '킬러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방패 역할을 한다. 실제로 많은 종류의 암에서 종양 내 Foxp3 양성 조절 T세포의 수가 많을수록 예후가 나쁘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암 치료의 목표는 자가면역질환과 정반대다. 즉, 종양 내에서만 선택적으로 조절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하거나 제거하여 면역계의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것이다. 현재 Foxp3나 조절 T세포 특이적 표면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을 개발하여, 기존의 면역관문억제제나 CAR-T 치료제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현재 장기이식 환자들은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평생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며, 이는 감염 및 다른 질병의 위험을 높이는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한다. 조절 T세포 기반 치료는 이 분야에 혁신을 가져올 잠재력을 지닌다. 이식받은 장기의 항원만을 특이적으로 인식하도록 조작된 조절 T세포를 환자에게 주입하면, 이 세포들은 이식된 장기 주변에 자리 잡아 국소적인 면역 관용을 유도할 수 있다. 이는 환자의 면역계가 이식된 장기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교육'하는 것과 같다. 성공할 경우, 환자들은 더 이상 전신 면역억제제 없이도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밀 의학의 새 시대,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브런카우, 램즈델, 사카구치의 기초 과학적 발견은 인류가 면역계의 통제실로 들어가는 '마스터 키'를 손에 쥐게 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발견을 실제 치료법으로 완성하기까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들이 남아있다.

가장 큰 도전 과제는 특이성과 안정성이다. 암 치료를 위해 조절 T세포를 억제하는 약물이 전신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하지 않도록, 또는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위해 주입된 조절 T세포가 체내에서 그 기능을 잃거나 오히려 염증성 세포로 변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CAR-Treg과 같은 개인 맞춤형 세포 치료법의 제조 공정을 표준화하고 비용을 낮추는 것 역시 전 세계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다.

이러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의 미래는 매우 밝다.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 카이버나 테라퓨틱스와 같은 기업들의 등장은 조절 T세포 기반 치료가 바이오 경제의 새로운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와 기업은 21세기 헬스케어 산업에서 막대한 경제적, 전략적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 분야가 제시하는 비전은 현재의 의학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만성 자가면역질환 치료는 평생 약물을 복용하며 증상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조절 T세포 치료는 단 한 번의 주입으로 면역계의 균형을 영구적으로 재설정하는 '완치적 리셋'을 목표로 한다. 이는 만성적인 약물 판매에 기반한 기존 제약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파괴적 혁신이다.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면역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세 수상자의 업적은 의학이 질병에 맞서는 무딘 도구에서 벗어나, 인체 본연의 정교한 조화를 회복시키는 정밀한 힘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오늘날 가장 다루기 힘든 질병들을 길들이거나 심지어 완치할 수 있는 미래를 향한 문이 이제 막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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