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기니비사우(Guinea-Bissau)에서 26일(현지시간) 군사 쿠데타가 발생해 우마로 시소코 엠발로(Umaro Sissoco Embaló) 대통령이 구금됐다. 군부는 대통령궁과 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고 국경을 폐쇄했으며, 27일 예정된 대선 결과 발표를 중단시켰다.
쿠데타는 26일 정오 무렵 수도 비사우(Bissau)에서 시작됐다. 대통령궁과 내무부, 선거관리위원회 본부 인근에서 중화기 및 자동소총 사격음이 들렸고, 군복을 입은 무장 병력들이 주요 도로를 봉쇄했다. 오후 1시경 엠발로 대통령은 프랑스 언론 '젊은 아프리카(Jeune Afrique)'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대통령궁 집무실에 구금됐다고 밝혔다. 그는 체포 당시 폭력은 행사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쿠데타를 주도한 세력은 스스로를 '국가 질서 회복을 위한 고위 군사 사령부(High Military Command for the Restoration of Order)'라고 칭했다. 이들은 오후 중반 국영 방송을 통해 헌법 기관의 정지 및 국경 폐쇄를 선언했다. 쿠데타의 핵심 인물로는 엠발로 대통령의 대통령실 군사국장(Head of the Presidential Military Office)을 역임한 데니스 은카냐(Denis N'Canha) 준장이 지목됐다.
군 고위 사령부 대변인 디니스 은차마(Dinis N'Tchama)는 국영 방송에 출연해 "국내외 세력이 선거 결과를 조작하여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계획을 발견하고 이에 대응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정치인들이 유명 마약왕과 결탁하여 무기를 반입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쿠데타 세력은 비아그 나 은탄(Biague Na Ntan) 참모총장, 마마두 투레(Mamadou Touré) 부참모총장, 보체 칸데(Botche Candé) 내무부 장관을 동시에 체포했다. 오후 2시경에는 비사우 시내의 총격전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으며, 군 병력이 선거관리위원회 본부를 완전히 장악해 개표 및 결과 집계 프로세스를 강제 중단시켰다.
이번 쿠데타는 23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 직후 발생했다. 현직 엠발로 대통령과 야권이 지지하는 무소속 후보 페르난도 디아스 다 코스타(Fernando Dias da Costa) 간의 대결 구도였다. 양측은 공식 결과 발표를 기다리지 않고 각자 승리를 선언하며 대립했다. 엠발로 측은 65% 득표율로 1차 투표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한 반면, 디아스 측도 자체 집계를 근거로 자신의 승리를 주장했다.
기니비사우는 1974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한 이래 극심한 정치적 불안정을 겪어왔다. 이번 사건은 독립 후 9번째 쿠데타로 기록된다. 엠발로 대통령은 2023년 12월 군 내부 총격 사건을 '쿠데타 시도'로 규정하고 의회를 해산한 바 있으며, 10월 말에도 쿠데타 음모를 적발하고 장교들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기니비사우는 남미에서 생산된 코카인이 유럽으로 향하는 중간 기착지로 알려져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는 2008년 기니비사우를 아프리카 최초의 '나르코 스테이트(Narco-State)'로 규정했다. 88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비자고스 제도(Bijagós Archipelago)는 마약 운반선의 은신처로 이용되고 있으며, 군부 내 다수 인사들이 마약 밀매와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는 쿠데타 발생 직후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헌정 질서 복귀를 촉구했다. 그러나 최근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가 쿠데타 이후 ECOWAS를 탈퇴하고 '사헬 국가 연합(AES)'을 결성한 상황에서 실효성은 의문시된다.
기니비사우 경제는 캐슈넛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수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인구의 8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어 쿠데타로 인한 국경 폐쇄와 물류 마비는 농가 소득에 직격탄을 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963달러에 불과한 상황에서 국제 원조 중단은 인도주의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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