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 교수, 이영욱 교수, 손준혁 연구원, 조혜전 교수, 박승현 연구원(왼쪽부터)/연세대 제공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이영욱 교수 연구진이 1998년 이후 우주론의 정설로 받아들여진 '우주 가속팽창' 이론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연구 결과를 영국 왕립천문학회지(MNRAS)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안긴 우주 가속팽창 발견의 핵심 증거였던 초신성 관측에 근본적인 측정 오류가 있었음을 지적하며, 우주가 이미 감속 팽창 단계에 들어섰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우주 거리 측정에 사용되는 Ia형 초신성(Type Ia Supernova)이 '표준 촛불'로 기능한다는 기존 가정에 결정적 결함이 있다고 밝혔다. 초신성의 절대 밝기가 모항성(Progenitor Star)의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5.5시그마(σ)의 높은 통계적 유의성으로 입증한 것이다. 젊은 은하에서 발생한 초신성이 내재적으로 더 어둡다면, 기존 연구자들은 이를 우주 팽창이 가속화된 증거로 잘못 해석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영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속적인 가속 팽창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우주가 더 이상 가속 팽창하지 않으며 이미 감속 팽창 단계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모항성 나이 편향(Progenitor Age Bias)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재해석했으며, 이 결과가 암흑 에너지 분광기기(DESI)의 중입자 음향 진동(BAO) 데이터와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견은 우주의 약 68%를 구성한다고 추정되는 '암흑 에너지'의 존재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1990년대 후반 천문학계는 초신성 관측을 통해 우주가 약 40억 년 전부터 점점 더 빨리 팽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일으키는 미지의 척력에 '암흑 에너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가속 팽창의 증거가 관측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암흑 에너지라는 개념 자체가 불필요할 수 있다.
적색편이와 초신성 거리지수 상대적 차이 값 관계(나이편향 수정 전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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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의 주장대로 우주가 감속 팽창 단계에 들어섰다면, 우주의 최종 운명에 대한 예측도 바뀌게 된다. 기존 이론은 암흑 에너지의 영향으로 우주가 무한히 팽창하며 '빅 프리즈(Big Freeze)'로 종말을 맞이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암흑 에너지의 척력이 약해지고 중력이 다시 우세해진다면, 우주가 팽창을 멈추고 수축하여 '빅 크런치(Big Crunch)' 시나리오로 종결될 가능성도 열린다.
이영욱 교수 연구진은 이미 2020년부터 노벨상 수상자 아담 리스(Adam Riess) 팀과 반박 및 재반박 논문을 주고받으며 학술적 공방을 지속해왔다. 국제 학계는 노벨상 수상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번 연구에 강한 회의론으로 반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전문가는 "이러한 논쟁이 학문의 건강성을 증명한다"며 기존 연구자들의 반응에 주목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 과학계가 국제 표준을 추종하는 것을 넘어 전 세계 과학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할 수 있는 독창성을 보유했음을 입증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향후 추가 검증을 통해 결과가 확정될 경우, 1998년 암흑 에너지 발견 이후 약 27년 만에 우주론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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