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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미국인 커뮤니티가 미국 사회의 경제적, 기술적, 정치적 지형을 재편하는 핵심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 기준 약 270만 명의 인도 태생 이민자가 미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는 멕시코계에 이어 미국 내에서 두 번째로 큰 이민자 집단이다.

인도계 이민자 인구는 1980년부터 2019년 사이 약 13배 증가했으며, 2010년 이후에는 63%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미국 외국 태생 인구 증가율 20%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인도계 미국인의 중위 연령은 34.2세로 비교적 젊은 인구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수십 년간 미국 경제 및 노동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적 전환점과 선별적 이민

인도계 미국인의 현재 위상은 1965년 이민 및 국적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 of 1965) 통과를 계기로 형성됐다. 이 법안은 인종 기반의 국적 쿼터제를 폐지하고 특정 기술과 학력을 가진 전문직 이민자를 적극 유치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이전 시기인 1900년대 초 인도계 이민자들은 캘리포니아의 농업 노동자로 정착했으나, 1917년 아시아 제한 구역 법(Asiatic Barred Zone)을 포함한 반(反)아시아 이민 법규로 극심한 차별과 법적 장벽에 직면했다.

1970년대 이후 제2차 이민 물결과 2000년대 이후 제3차 이민 물결은 의사, 컴퓨터 과학자, 엔지니어 등 고학력 전문직 중심의 이민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2000년대 이후의 성장은 H-1B 전문직 비자 제도에 크게 의존했으며, 이 제도는 인도의 기술 인력을 미국 기업으로 대규모 유입시키는 핵심 동력이 됐다.

압도적인 교육 수준과 경제적 성취

인도계 미국인은 미국 내 모든 인종 그룹을 통틀어 가장 높은 교육적 및 경제적 성취를 보이고 있다. 25세 이상 인도계 미국인 중 학사 이상 학위 보유 비율은 77%에 달하며, 이는 아시아계 전체(56%)보다 높고 미국 전체 평균(약 38%)의 두 배가 넘는다. 응답자의 45%가 석사 이상의 고급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인도계 미국인 가구의 중위 연간 소득은 15만1200달러에서 16만6200달러 수준으로, 아시아계 전체 중위 소득(10만5600달러)이나 전체 외국 태생 가구(7만8700달러), 미국 원주민 가구(7만7600달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개인 소득 역시 인도계 미국인 노동자의 중위 연간 개인 소득이 8만5300달러로, 아시아계 전체(5만2400달러)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인도 태생 이민자가 가구주인 경우의 중위 소득은 15만6000달러에서 16만6200달러에 달하는 반면, 미국 태생 인도계 가구주 소득은 12만200달러 수준이다. 이러한 현상은 H-1B와 같은 전문직 비자 시스템을 통해 본국에서 이미 교육을 마치고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중년의 전문 인력이 미국으로 직접 유입되는 경제적 선택 효과를 반영한다. 인도계 이민자들의 빈곤율은 6%로, 전체 미국 인구(12%)나 다른 이민자 집단(14%)에 비해 현저히 낮다.

기술·기업 경영 부문의 지배력

인도계 미국인들은 글로벌 기업 경영 부문에서 두드러진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 포천(Fortune) 500대 기업 중 최소 11개 이상이 인도계 최고경영자(CEO)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이 이끄는 기업들의 총 시가총액은 6조5000억 달러를 초과한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알파벳(Alphabet·구글 모회사)의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어도비(Adobe)의 샨타누 나라옌(Shantanu Narayen) 등이 있다.

1997년 라마니 아이어(Ramani Ayer)가 더 하트포드(The Hartford)의 CEO가 되며 시작된 이 변화는 현재 인도계가 미국 기업 경영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에는 22세의 젊은 인도계 공동 창업자들인 아다르시 히레마스(Adarsh Hiremath)와 수리야 미다(Surya Midha)가 인공지능(AI) 인력 채용 플랫폼 머코어(Mercor)를 통해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 기록을 경신했다.

의료·학계·공공 부문의 핵심 인력

인도계 전문 인력은 미국 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인도 출신 의사들은 미국 내 이민자 의사 집단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전체 미국 의사의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전체 의사 98만7000명 중 26.5%가 이민자이며, 인도 출신이 이 중 가장 큰 단일 그룹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OECD 회원국 전체에서 이주 의사의 단일 최대 공급국이며, 이주 간호사의 두 번째 최대 공급국이다.

학계에서도 인도계 미국인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2021년 추정치에 따르면, 고등 교육 기관 교수진의 약 2.6%를 인도계 미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 상위 50개 대학 중 70%가 인도계 미국인 리더(학장, 부총장, 총장 등)를 보유하고 있다.

조 바이든(Joe Biden) 행정부는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인 130명 이상의 인도계 미국인을 핵심 직책에 임명했으며, 이들은 연방 및 주 정부에서 최고정보책임자(CIO), 최고기술책임자(CTO)와 같은 기술 전략 및 행정 효율화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치적 영향력 확대와 성향 변화

인도계 등록 유권자들은 여전히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하여, 약 68%가 민주당에 속하거나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2020년 71%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단일 블록 지지 구도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2020년 56%에 달했던 민주당 정체성 비중은 2024년 47%로 감소했으며,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에 대한 지지 의향은 60%로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이 얻었던 약 70%의 지지율보다 낮아졌다.

반면 공화당에 대한 성향 또는 지지 의향은 2020년 21%에서 2024년 26%로 증가했으며,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향도 2020년 28%에서 2024년 31%로 소폭 상승했다.

2002년에 설립된 미국인도정치행동위원회(USINPAC·United States India Political Action Committee)는 400만 명 이상의 인도계 미국인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USINPAC은 H-1B 비자 프로그램 지원, 미-인도 민간 핵 협력 및 123 협정 통과 옹호, 미-인도 무역 가속화 지지 등 다양한 국내외 정책 목표를 추진하며 성과를 거뒀다. 2004년에는 미 상원 인도 및 인도계 미국인 코커스(U.S. Senate Caucus on India and Indian-Americans) 창설을 지원했다.

문화적 침투와 디아스포라의 전략적 역할

인도 요리는 이제 미국 문화 경험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전역에는 6000개의 인도 레스토랑이 운영 중이며, 이는 전체 레스토랑 시장의 1%를 차지한다. 인도 요리는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레스토랑의 3%를 차지할 정도로 고급 요리의 영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요가 수련 인구가 미국 인구의 약 10%에 달하며, 3만6000개의 요가 스튜디오가 운영되고 있다.

2023년에는 미국 최초의 프로 T20 리그인 메이저리그 크리켓(Major League Cricket)이 출범했으며, 크리켓은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Scripps National Spelling Bee) 대회에서는 2000년부터 2023년까지 34명의 우승자 중 28명이 인도계였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는 인도계 디아스포라를 인도의 힘으로 칭하며, 이들이 미국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도계 디아스포라는 무역, 투자 흐름, 국방 협력을 증진시키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환경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도전 과제와 내부 취약성

인도계 미국인 커뮤니티의 구조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주요 도전 과제가 존재한다. H-1B 비자에 의존하는 고숙련 기술 인력들은 영주권 신청 적체가 심화되면서 장기간 체류 신분이 불안정한 상태로 남아있다. H-1B 비자 소지자 및 그 배우자(H-4 비자 소지자)는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경험하며, 배우자의 경우 장기간의 고용 단절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경력 손실을 겪고 있다.

2022년 추정치에 따르면, 전체 인도 태생 외국인 인구의 약 7%가 미등록 체류 상태로, 최근 국경 단속 강화로 인해 밀입국자 수가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취약성은 지속적인 사회 문제로 남아있다. 높은 성공 통계 이면에는 상당수의 미등록 이민자 집단이 존재하며, 이들은 집중적인 빈곤을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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