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34세)가 뉴욕시 제111대 시장


뉴욕 현지시각 11월 4일,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34세)가 뉴욕시 제111대 시장으로 당선되며 미국 최대 도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퀸스 제36선거구 뉴욕주 하원의원인 맘다니 당선인은 공화당 후보 커티스 슬리와(Curtis Sliwa)와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 주지사 앤드류 쿠오모(Andrew Cuomo)를 누르고 승리했다. CBS 뉴스가 개표 결과를 토대로 당선을 확정했다. 맘다니 당선인은 오는 2026년 1월 1일 공식 취임한다.

이번 당선으로 맘다니는 뉴욕시 역사상 최초의 무슬림 시장이 됐다. 그는 앞서 뉴욕주 의회에서 최초의 남아시아계 남성 의원이자 세 번째 무슬림 의원으로 활동했다.

기득권 정치에 대한 명확한 거부

맘다니의 승리는 단순한 인물 교체를 넘어 뉴욕 유권자들이 진보적 경제 정책을 선택했다는 명확한 신호로 해석된다. 그의 선거 운동은 '감당할 수 있는 삶'이라는 핵심 주제에 집중했다.

주요 공약으로는 임대료 안정화 주택에 대한 임대료 동결, 보편적 무상 보육 제공, 최저 임금 시간당 30달러 인상 등이 포함됐다. 그는 또한 무상 버스 서비스 시행과 식료품 가격 인하를 위한 시영 식료품점 개설을 약속했다.

이러한 정책의 재원 마련을 위해 맘다니는 연소득 100만 달러를 초과하는 최고 소득자에 대해 2%포인트의 세금 인상을 제안했다. 금융계와 보수 언론은 "부유층 탈출"을 경고했으나, 매사추세츠와 워싱턴주의 유사한 사례 연구 결과 이러한 세금 인상이 백만장자들의 유의미한 이탈을 유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득권과의 두 차례 승부에서 승리

맘다니는 뉴욕주 온건파 민주당의 상징적 인물인 앤드류 쿠오모를 두 차례 꺾었다. 지난 6월 민주당 경선에서 약 13%포인트 차이로 쿠오모를 누른 데 이어, 쿠오모가 무소속으로 본선에 출마했음에도 재차 승리했다.

현직 시장 에릭 아담스(Eric Adams)가 지난 9월 경선 포기를 선언하면서 판도가 급변한 이번 선거는 1969년 이후 처음으로 전체 투표율이 200만 명을 넘어섰다. 젊은 유권자들의 높은 투표율과 아시아계 유권자들의 좌편향이 맘다니 승리의 주요 동력이었다.

이민자 가정 출신, 주택 상담사에서 시장까지

1991년 10월 18일 우간다 캄팔라에서 태어난 맘다니는 다섯 살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으로 이주했고, 일곱 살에 뉴욕시에 정착했다. 어머니는 인도 출신 영화 제작자 미라 네어(Mira Nair)이며, 아버지는 콜롬비아대학 교수이자 우간다 출신 탈식민주의 학자 마흐무드 맘다니(Mahmood Mamdani)다.

보도인칼리지(Bowdoin College)에서 아프리카나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퀸스 지역에서 주택 압류 방지 및 주택 상담사로 일하며 저소득 이민자 주택 소유주들을 지원했다. 이 경험이 그가 공직 출마를 결심하고 주택 문제를 핵심 의제로 삼는 계기가 됐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

맘다니는 자신을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규정하며,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철학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 소속이면서 동시에 미국민주사회주의자(DSA)와 노동자가족당(Working Families Party) 소속이다.

세계 금융과 자본주의의 중심지로 상징되는 뉴욕시에서 민주사회주의자 후보가 최고 행정직에 당선된 것은 미국 내 사회주의 의제의 정치적 한계를 확장시킨 사건으로 평가된다.

주 의회에서 예고한 진보 정책

맘다니는 2021년부터 뉴욕주 하원의원으로 재임하며 시장 공약을 예고하는 입법 활동을 펼쳤다. 그는 도시, 에너지, 부동산세제, 선거법 등 핵심 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주요 발의 법안으로는 뉴욕시 시범 무상 버스 서비스 프로그램 도입법(A06044), 집주인의 세입자 대상 중개인 수수료 요구 금지법(A00946), 1억 달러 이상 부동산 세금 면제를 받는 사립대학의 면세 자격 박탈법(A02130) 등이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법안으로는 비영리 법인의 이스라엘 정착촌 활동 지원 금지법(A06101)이 있다. 이 법안은 그의 국내 정치 역할과 국제 외교 정책 견해를 연결하는 상징적 입법으로 평가된다.

중동과 남아시아 문제에 명확한 입장

맘다니는 국제 분쟁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고 공개 비난했으며, 보이콧·투자회수·제재(BDS) 운동을 지지한다.

그는 뉴욕시 경찰과 이스라엘 방위군 간 공동 훈련을 비판하며 "뉴욕시 경찰의 장화가 목을 조를 때, 그 장화는 이스라엘 방위군에 의해 끈이 묶여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남아시아 정치에 대해서는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를 "전범"이라고 비판했으며, 뉴욕주 의원 시절 카스트 보호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다만 그는 힌두교 축제인 디왈리(Diwali) 기간 동안 어머니와 함께 전통 간식을 나누는 행사를 개최하는 등 남아시아 유권자들과의 문화적 유대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막대한 자금력에 맞선 풀뿌리 승리

맘다니는 기득권층의 조직적인 반대에 직면했다. 억만장자 빌 애크먼(Bill Ackman)은 반(反)맘다니 슈퍼정치행동위원회인 '디펜드 뉴욕시(Defend NYC)'에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고, 전 시장 마이크 블룸버그(Mike Bloomberg)도 100만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맘다니를 "자칭 유대인 혐오자"이자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했고, 앤드류 쿠오모는 그를 경험 부족이라고 공격하며 비상 상황에서 "직무 중 훈련"이 용납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보수 성향의 뉴욕포스트는 그를 "사기꾼 맘다니"라고 표기한 표지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맘다니 캠페인은 소액 기부로 자금을 조달하고 수만 명의 자원봉사자를 동원하는 풀뿌리 전략으로 이러한 반대를 극복했다. 그는 '할랄플레이션(halalflation)'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뉴욕 마라톤을 뛰면서 임대료 문제를 언급하는 바이럴 영상을 제작하는 등 디지털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통치의 과제

맘다니 당선인은 취임과 동시에 심각한 행정 및 정치적 난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의 급진적 공약들은 시행 과정에서 뉴욕주 정부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 최저 임금 및 임대 규제와 같은 문제에 대한 시의 자율성이 종종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의 공약 이행 가능성은 자신보다 훨씬 온건한 성향의 주 의원들과 강력한 지역 사업 및 부동산 로비의 협력을 어떻게 이끌어낼지에 달려 있다. 선거 승리가 진보적 비전의 성공이었다면, 그의 임기는 이 비전을 실제 정책으로 전환하는 능력에 의해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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