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출범한 이재명 신정부가 과거 이념적 틀을 벗어나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노선이 국민 여론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국민들은 더 이상 '친미냐 친중이냐'는 이분법적 선택을 거부하고, 안보와 경제 영역을 분리해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고도의 균형감각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5%가 한미일 군사안보 협력 강화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 동시에, 한국이 당면한 최대 위협 요인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33.2%)과 '미중 갈등'(33.2%)을 동일한 비중으로 꼽았다.
이는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굳건히 유지해야 한다는 현실 인식과, 미중 패권 경쟁이 우리 생존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공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공식을 넘어 '안미-경미중(안보는 미국과 함께, 경제는 미국과 중국 모두와 함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념 지형 넘어선 초당적 공감대
주목할 점은 이러한 실용주의적 인식이 전통적인 이념 지형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미일 협력에 대해 보수층(86.2%)뿐만 아니라 진보층에서도 64.2%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더욱이 외교안보 정책에서 '국론 통합'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서는 진보층(43.1%)과 보수층(43.9%)이 거의 완벽한 일치를 보였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한미일 동맹 강화'와 '한중 관계 개선'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이 거의 양분된 것은, 국민들이 어느 한쪽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높고 안보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시각(60%)이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중요성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균형 관계를 유지하려는 인식이 확인되는 것이다.
신정부의 전략적 외교행보
이재명 신정부의 초기 외교 행보는 이러한 국민적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대통령 취임 후 주요국 정상과의 통화 순서였다. 미국, 일본에 이어 중국 정상과 통화한 것은 한미동맹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국내외에 발신한 것이다.
특히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에서 양국 정상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점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실용외교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동시에 아세안 관련 고위관리회의(SOM)에 적극 참여하고, 수십 년간 단절되었던 쿠바와의 관계를 공식화하며 주한쿠바대사관 개관식에 참석하는 등의 모습은 특정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국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향하겠다는 유연하고 다변화된 외교 노선을 예고한다.
험난한 시험대 앞에 선 실용외교
그러나 신정부의 실용외교 노선 앞에는 험난한 시험대들이 놓여 있다. 첫째, 거래를 앞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이다. 관세 폭탄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속에서 어떻게 국익의 마지노선을 지켜낼 것인가가 최대 과제다.
둘째, 미중 사이에서의 '위험관리(de-risking)'다. 미국의 강력한 디커플링 압박 속에서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셋째, 일본과의 관계 재설정이다. 라인야후 사태로 촉발된 갈등을 관리하면서도 한미일 안보 협력의 틀을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마지막으로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실효적인 억제 및 대응책 마련이다. 국민의 63%가 북한의 선제 핵 공격 가능성을 우려하는 엄중한 안보 현실을 관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선을 전임 정부의 기조를 일정 부분 계승하면서도 한국의 실리를 극대화하기 위한 '실용외교(practical diplomacy)'의 데뷔로 평가하고 있다. 국민이 부여한 복합적인 과제를 성공적으로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정교한 전략과 초당적인 국론 결집이 필수적이다. 국민이 요구하는 '실용외교'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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