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1차관 재직시절인 2019년 1월 설 명절을 맞아 망원동 월드컵 전통시장을 방문한 조현 외교장관 후보/외교부 자료
대한민국 외교부가 조태열 현 장관에서 조현 후보자로의 수장 교체를 앞두고 있다. 두 인물 모두 외무고시 13회 출신의 통상외교 전문가로서 실용주의적 접근을 공유하고 있어 외교정책의 안정적 승계가 예상된다.
조태열 장관, 통상외교 역량 강화에 주력
조태열 장관은 2024년 1월 10일 제41대 외교부 장관 취임 후 외교부의 통상 기능 회복에 힘써왔다. 그는 취임사에서 "외교관은 편식만 해서는 안 된다. 미중 기술 패권경쟁으로 경제와 안보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외교부 내에 정무와 경제 기능 사이 장벽을 허물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의지는 구체적 성과로 이어졌다. 2024년 4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 세계 167개 공관을 수출기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보고했고, 중소벤처기업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조 장관의 과거 경력도 이러한 접근의 토대가 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지역통상국장으로서 미국 정부의 지식재산권 감시대상국 해제 협상, 철강 세이프가드 종결 협상, 하이닉스반도체 원산지 사전 판정 철회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0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무역기구 패널 위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관계 개선 병행
조태열 장관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로 표현하며 이들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2024년 2월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올해는 계속 더 커지고 있는 한미동맹 역사가 새롭게 시작되는 해다"라고 언급했다.
동시에 한중관계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베이징을 방문하는 등 북러 군사협력 견제와 경기침체 돌파구 마련을 위한 한중 대화 필요성을 인식한 균형 외교를 추진했다.
사도광산 논란, 역사 문제의 지속적 과제
조태열 장관 재임 중 가장 큰 논란은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강제성' 표현을 둘러싼 야당의 비판이었다. 2024년 8월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조 장관은 "강제성 표현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내용적으로는 사실상 강제성 표현을 받아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논란은 한일 관계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역사 문제가 지속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 장관이 이행조치 확보와 전시 장소의 역사적 의미를 들어 외교적 성과를 강조했지만, 상징적 표현에 대한 민감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조현 후보자, '중도 실용주의' 표방
조현 후보자는 외무고시 13회 출신으로 1979년 외교부 입부한 정통 외교관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외교부 제2차관(2017년), 제1차관(2018년), 주유엔대사(2019~2022년)를 역임하며 1차관과 2차관을 모두 거친 드문 경력을 보유했다.
그는 '중도 실용주의자'로 평가받으며 이념적 접근보다는 실용적 해법 모색에 중점을 두고 있다. 주유엔대사 재직 시에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러시아 철군을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및 총회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는 등 국제 현안에 적극 대응했다.
실용외교로 한반도 평화 정착 추진
조현 후보자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북미 대화를 잘 이룩하도록 해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것이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 중 하나"라고 밝히며 "대통령 철학에 맞춰 미국과 다른 우방국들과 긴밀히 협조해서 그런 것을 추진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대해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것이 외교부인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러 부처와 협의해 합의점을 잘 찾고 조심스럽게 해나가야 한다"고 신중한 접근을 예고했다.
한미동맹 유연성과 한일 '조용한 외교'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실용외교를 바탕으로 전략을 잘 짜서 차분하고 현명하게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후 방미 계획에 대해서는 "취임하면 미국부터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통적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성을 시사했다.
한일관계에서는 미래지향적 협력을 이어가되 "문제가 있는 것들은 조용한 외교를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러시아와의 외교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럽다"며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다른 중요한 사안을 같이 검토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실용외교 연속성 속 미묘한 변화 기대
조태열 장관에서 조현 후보자로의 전환은 급진적 변화보다는 한국 외교 전략의 진화를 의미한다. 두 인물 모두 통상외교 전문성과 실용주의적 접근을 공유하지만, 조현 후보자는 더 큰 유연성과 섬세한 균형 감각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조태열 장관이 외교부의 경제외교 역량 강화와 동맹 중심 외교 공고화에 주력했다면, 조현 후보자는 '중도 실용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공간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사도광산 논란과 같은 역사적 문제에 대한 '조용한 외교'가 국내 여론의 지지를 얻으면서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그의 리더십에 대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 외교는 안정적 승계와 함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조현 후보자의 다자외교 경험과 실용주의적 철학이 한국 외교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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