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섬의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노천 채굴 현장에서 트럭과 굴착기가 아주 작게 보인다.
사진 :Auriga Nusantara / Global Witness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 수요가 급증하면서 '바다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인도네시아 라자 암팟의 독특한 해양 생태계와 원주민 공동체가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여론의 압력에 일부 광산 면허를 취소했으나, 환경 파괴와 주민들의 생존권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해양 생물 다양성을 자랑하는 라자 암팟은 2023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은 곳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 니켈 매장국인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 시장 성장에 발맞춰 니켈 산업을 공격적으로 육성하면서 이곳은 파괴의 위기에 놓였다.
라자 암팟 산호초 / Global Witness
환경 NGO 아우리가 누산타라의 분석에 따르면, 라자 암팟의 광산 개발 면적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약 500헥타르 증가했으며, 이는 이전 5년보다 3배나 빠른 속도다. 노천 채굴 방식으로 인해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여기서 발생한 토사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 산호초를 질식시키고 있다. 해양 생물학자 필립 더스탄 박사는 이를 "생태학적 재앙"이라고 경고했다.
2008년 채굴 활동 중 카웨 옆 산호초가 퇴적물에 묻혀 있다 / Global Witness
채굴 과정에서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도 위협받고 있다. 지역 사회와 충분한 협의 없이 채굴 허가가 발급되었으며, 이로 인해 식수원이 오염되고 어장이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 주민은 "채굴이 시작되면 샘물(마타 에어)이 눈물(에어 마타)로 바뀔 것"이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맘 쇼프완의 셔츠에는 "당신들의 전기자동차가 우리를 죽인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자카르타, 2025년 2월. / Global Witness
또한 니켈 제련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석탄이 사용되어 탄소 배출을 늘리는 등 '가짜 에너지 전환'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활동가 이맘 쇼프완은 "당신들의 전기차가 우리를 죽인다"며 이는 기후 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6월 10일, 라자 암팟의 5개 광산 회사 중 4곳의 면허를 취소했지만, 여전히 불법 채굴이 성행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사회와 환경 단체들은 라자 암팟을 '출입 금지 구역'으로 지정하고 모든 광산 활동을 영구적으로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허가받은 광산회사 위치도 / Global Witness
전기차로의 전환이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라자 암팟의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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