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영상 캡춰


2023년 가을부터 미국 플로리다 키스(Florida Keys) 해역에서 물고기들이 방향감각을 잃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기괴한 현상이 발생, 80여 종의 어류가 영향을 받고 멸종위기종인 작은이빨톱상어(Smalltooth Sawfish) 65마리가 폐사하는 전례 없는 해양 생태계 위기가 발생했다.

플로리다 어류 및 야생동물보호위원회(FWC)는 2023년 10월 현지 낚시 가이드들로부터 최초 보고를 접수한 이후 현재까지 500건 이상의 어류 회전 행동 보고와 275건의 톱상어 이상 행동 보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현상은 2024년 봄 정점을 찍은 뒤 여름철 소강상태에 들어갔으나, 지난해 12월부터 재발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초기 조사에서 저산소증, 화학 오염물질, 병원체 등 통상적인 어류 폐사 원인들이 모두 배제되면서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플로리다 환경보호부(DEP)는 250종 이상의 화학물질을 분석했으나 유해 수준으로 검출된 것이 없었으며, 플로리다의 고질적 문제인 적조(Karenia brevis) 역시 2024년 사태 당시에는 발견되지 않았다.

돌파구는 해저 바닥에서 찾아졌다. 플로리다 걸프코스트 대학(FGCU)의 마이크 파슨스(Mike Parsons) 교수 연구팀은 2024년 사태 진원지의 해저 샘플에서 저서성 와편모조류인 갬비어디스쿠스(Gambierdiscus) 종이 14년 평균 대비 6배에서 10배 높은 극도로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2011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밀도가 리터당 39개 세포였던 것에 비해 2024년 핫스팟 지역에서는 리터당 1,000개 세포에 달했다.

사우스 앨라배마 대학(USA) 독소 분석팀은 영향받은 어류 조직에서 마이토톡신(Maitotoxin), 감비에론(Gambierones), 신종 시구아톡신 변종을 포함한 복합 독소를 확인했다. 특히 마이토톡신은 수용성으로, 어류가 오염된 물을 아가미로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중추신경계가 독소에 노출돼 회전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작은이빨톱상어가 유독 치명적 피해를 입은 것은 이들의 생태 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톱상어는 해저면에서 생활하며 긴 톱(rostrum)으로 퇴적물을 파헤쳐 먹이를 사냥하는 저서성 어종으로, 독소 진원지에서 호흡과 섭식을 통해 이중으로 고농도 독소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톱상어는 2003년 미국 멸종위기종법(ESA)에 등재된 최초의 해양 어류로, 평소 이 지역에서 연간 4~5마리만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3월 파슨스 교수는 "갬비어디스쿠스 수치가 매우 낮다"고 보고했으나 톱상어 폐사는 계속됐다. 4월 25일 기준 2023년 12월 이후 누적 사망 개체 수는 총 65마리에 달한다. 여기에 1~2월 별개로 발생한 적조(Karenia brevis)가 이미 신경학적 손상을 입은 개체들에게 추가 타격을 가한 복합 재난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과학계는 사태의 궁극적 방아쇠로 2023년 플로리다 연안을 강타한 기록적 해양 열파를 지목한다. 2023년 7월 해수면 온도가 섭씨 38도를 넘어서며 산호초 100%가 백화했고, 극심한 고수온이 갬비어디스쿠스의 경쟁자와 포식자를 제거해 생태적 공백을 만들었다. 이후 가을 수온이 20도 후반으로 내려가자 갬비어디스쿠스가 폭발적으로 증식할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키 웨스트 지역/보도영상 캡춰


플로리다 주의회는 200만 달러의 연구 기금을 승인했으며, 이 중 175만 달러는 현상을 최초 보고한 본피시 앤 타폰 트러스트(Bonefish & Tarpon Trust)와 로어 키스 가이드 협회(Lower Keys Guides Association)의 공동 연구에 배정됐다. 연방정부(NOAA)와 모트 해양연구소(Mote Marine Laboratory)는 2024년 톱상어 구조 시도가 실패한 교훈을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이송 대신 현장 안정화 및 치료로 프로토콜을 수정했다.

이번 사태는 플로리다의 연간 92억 달러 규모 해양 레크리에이션 낚시 산업과 관광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플로리다 키스 국립해양보호구역 주변 해양 레크리에이션은 연간 23억 달러 매출과 3만3,000개 일자리를 지원하는데, 2024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지역 호텔 숙박세 징수액이 전년 대비 8.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FWC는 현재 어류 폐사 핫라인과 톱상어 핫라인을 운영하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175만 달러 규모 연구 결과는 올 회계연도 말 발표될 예정이며, 이는 플로리다 해양 생태계와 멸종위기종 보호의 향후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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