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카마 염호 리튬 생산 모습/칼라마 온라인 자료


칠레 산티아고에서 29일(현지시간) 출범한 노바안디노 리튬(NovaAndino Litio)이 글로벌 배터리 광물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업체인 칠레 국영기업 코델코(Codelco)와 민간 리튬 기업 SQM(Sociedad Química y Minera de Chile)이 손잡고 설립한 이 합작사는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아타카마 염호(Salar de Atacama)의 개발권을 2060년까지 확보했다.

이번 합작은 단순한 기업 결합을 넘어 자원 보유국이 핵심 광물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으려는 '자원 주권 회복' 운동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가브리엘 보리치(Gabriel Boric) 대통령이 2023년 4월 발표한 '국가 리튬 전략'의 첫 결실인 이 프로젝트는, 과거 전면 국유화가 아닌 국가가 통제권을 갖되 민간의 자본과 기술을 활용하는 공공-민간 협력 모델을 택했다.

합작사의 지배구조는 2030년을 기점으로 극적으로 변화한다. 2030년까지는 SQM이 경영을 주도하지만, 2031년부터는 코델코가 과반 지분을 확보하고 경영 전면에 나선다. 이 기간 칠레 정부는 영업 이익의 70%를 가져가다가 2031년 이후에는 85%까지 확대한다. 이는 전 세계 자원 개발 계약 중 유례를 찾기 힘든 높은 국가 귀속 비율이다.

노바안디노는 2025년부터 2030년 사이 30만 톤의 리튬(LCE 기준)을 추가 생산하고, 2031년 이후에는 연간 28만에서 30만 톤의 생산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특히 SQM이 보유했던 칠레 제2의 리튬 매장지인 마리쿤가 염호(Salar de Maricunga)의 모든 광업권을 코델코에 양도한 점이 주목된다. 이는 코델코가 향후 마리쿤가 프로젝트에 외국 기업을 파트너로 초청할 수 있는 길을 연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합작사 출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SQM의 2대 주주인 중국 톈치 리튬(Tianqi Lithium, 지분 약 22%)은 "핵심 자산인 아타카마 사업권을 합작사로 넘기는 것은 자산 처분이며, 주주총회 특별 결의 사항"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칠레 금융시장위원회(CMF)와 사법부는 "사업의 연속성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으로 경영진의 판단 영역에 속한다"며 톈치의 주장을 기각했다.

역설적이게도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이 지난 11월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톈치의 저항은 힘을 잃었다. SAMR은 승인 조건으로 중국 고객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가격과 조건으로 리튬을 공급할 것(FRAND 원칙), 기존 대중국 공급 물량 유지, 민감한 경쟁 정보 보호 등을 제시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개별 기업의 이익보다 칠레산 리튬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라는 국가적 실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과 원주민 문제도 중요한 변수다. 2023년 말 초기 합의 발표 당시 아타카마 원주민 위원회(CPA)는 "우리 땅에서 우리 동의 없이 이뤄진 밀실 합의"라며 도로를 점거했다. 결국 양사는 원주민 공동체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영토권 존중, 수익 일부의 지역 사회 기금 환원, 환경 영향 평가에 원주민 대표 참여 등을 약속했다. 노바안디노는 또한 2030년까지 내륙 담수 사용량 60% 감축, 2040년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한국 배터리 산업에 미칠 영향도 크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은 SQM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으며, 칠레는 한국의 최대 리튬 공급국 중 하나다. 2030년까지는 SQM이 경영을 주도해 기존 계약의 안정성이 유지될 전망이지만, 2031년 이후 코델코 체제로 전환되면 정부 대 정부 협력을 통한 장기 공급망 구축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직접리튬추출법(DLE) 등 친환경 기술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장기 구매권을 확보하는 '기술-자원 스왑'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SQM이 코델코에 양도한 마리쿤가 프로젝트에 한국 컨소시엄이 참여한다면 아타카마에 편중된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바안디노의 출범은 자원 보유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진입하려는 역사적 흐름의 상징이다. 동시에 환경 보호와 원주민 권리를 존중하는 21세기형 자원 개발 모델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기술력과 외교력을 바탕으로 칠레의 '필수 불가결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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