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티베트 고원 진사강(金沙江) 상류에 건설한 예바탄(叶巴滩) 수력발전소가 27일(현지시간) 공식 가동에 들어갔다. 쓰촨성(四川省) 간쯔주 바이위현(白玉县)과 시짱자치구 공조현(贡觉县) 접경에 위치한 이 댐은 해발 2,8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건설된 중국 최고 고도의 수력발전 시설이다. 설비용량 2,240MW, 연간 발전량 102억kWh 규모로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서전동송(西電東送)' 프로젝트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하게 된다.
예바탄 댐은 높이 217m의 콘크리트 이중 곡면 아치형 구조물로, 2017년 착공 이후 약 9년 만에 초기 가동 단계에 진입했다. 정상 만수위는 해발 2,889m에 달하며, 총 투자비는 333억 6천만 위안(약 6조원)이 투입됐다. 중국 당국은 이 댐이 연간 표준석탄 310만 톤을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830만 톤을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며, 2030년 탄소 정점 및 2060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녹색 개발'의 상징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티베트 원주민 강제 이주와 생태계 파괴라는 심각한 인권·환경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예바탄 댐 건설로 바이위현과 공조현의 티베트인 마을들이 수몰됐으나, 구체적인 이주민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인근 더거현(德格县)에서는 지난해 2월 캄톡 댐 건설로 13세기 고찰 욘토 사원이 수몰 위기에 처하자 승려와 주민들이 시위를 벌였으나 대규모 체포로 진압된 바 있다.
217m 높이의 댐은 회유성 어류의 이동을 원천 차단하며, 상류 토사를 포집해 수천 킬로미터 하류 양쯔강 삼각주의 침식을 가속화하는 '퇴적물 기근' 현상을 야기한다. 티베트인들에게 신성시되는 강과 산이 거대한 인공 저수지로 변모하면서 고유한 문화 경관이 영구히 수장되고 있다. 급류가 흐르던 자연 서식지가 호수로 바뀌면서 토착 어종의 생존 환경 또한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됐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지진 위험이다. 진사강 유역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헝돤산맥 지질대에 위치해 활성 단층이 밀집돼 있다. 대형 댐의 저수지 하중은 단층을 자극해 지진을 유발할 수 있으며, 2008년 쓰촨성 대지진 당시에도 댐과의 연관성이 제기된 바 있다. 예바탄은 진사강에 계단식으로 건설된 13단계 댐 가운데 하나로, 상류에서 빙하 붕괴나 산사태가 발생할 경우 연쇄 붕괴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댐 건설을 티베트 지역 '빈곤 구제'와 '농촌 진흥' 사업으로 선전하지만, 원주민의 자발적 사전 동의 없이 진행된 강제적 개발이라는 비판이 국제 인권단체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주민 참여와 투명한 환경영향평가가 결여됐으며, 티베트인들을 도시 빈민이나 임금 노동자로 전락시켜 중화 경제 시스템에 강제 편입시키는 문화적 동화 정책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바탄 댐은 세계 최초로 수력·태양광 하이브리드 초고압 송전 시스템의 기저 전력원 역할을 수행한다. 티베트 고원의 간헐적인 태양광 에너지를 수력 발전으로 보완해 중부 공업지대로 송전하는 전략이다. 중국은 동절기 콘크리트 타설을 위해 AI 기반 지능형 온도 제어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지난 5월에는 38.1m 길이의 콘크리트 코어 샘플을 추출해 구조적 무결성을 과시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은 기술적으로 더 난이도가 높은 얄룽장보강(브라마푸트라강) 대굴곡부의 메도그 슈퍼 댐 건설 가능성을 높여, 하류 국가인 인도의 물 안보를 위협하는 지정학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의 수자원 관리 방식은 국제 하천인 메콩강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상류 댐의 수문 데이터를 전략 자산화해 하류 국가들의 가뭄과 홍수를 악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은 한-메콩 협력기금과 K-Water를 통해 메콩강 하류 국가들의 수자원 관리 역량 강화와 데이터 모니터링 시스템을 지원하며 포용적 물 관리 모델을 제시해왔다. 대규모 인프라 개발에서 주민의 자발적 사전 동의와 투명한 환경영향평가를 필수 요소로 강조하는 한국의 접근 방식은, 일방적 개발로 인한 생태 파괴와 문화 말살이라는 중국식 모델과 명확히 대비된다. 민주적 절차와 인권 보호를 전제로 한 지속 가능한 개발이야말로 진정한 국제 협력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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