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9일,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 제거를 명분으로 중재국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공습해 국제 사회가 경악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던 휴전 협상장을 직접 타격한 이번 공격으로 평화 협상은 좌초되었으며, 중동의 지정학적 지형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스라엘의 전례 없는 이번 공격은 중동의 교전 규칙을 새로 썼다는 평가와 함께 역내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불의 정상 작전’, 협상장을 조준하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9일 현지 시간 오후 3시 46분경, 정보기관 신베트와 함께 ‘불의 정상 작전’ 또는 ‘심판의 날’이라는 암호명 아래 도하 공습을 단행했다. 총 15대의 전투기가 동원되어 도하의 고급 주거 지역인 렉타이피야에 10발의 폭탄을 투하했다. IDF는 "정밀 유도탄"을 사용했다고 밝혔으나 , 공격 지역은 폴란드, 러시아 등 다수의 외국 대사관과 국제학교가 밀집한 외교 중심지였다. 이는 이스라엘의 첫 공식적인 카타르 영토 공격으로, 작전 반경이 페르시아만까지 확장됐음을 의미하는 중대한 확전 행위였다.
공습의 주된 표적은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한 휴전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여 있던 하마스 정치 지도부였다. 칼릴 알하야, 자헤르 자바린, 칼레드 마샬 등 최고위급 인사들이 표적에 포함되었다. 하마스는 공습 직후 최고 지도부 전원이 생존했다고 발표했으나 , 이 공격으로 칼릴 알하야의 아들을 포함한 하마스 관계자 5명과 카타르 보안군 장교 1명 등 총 6명이 사망했다. 하마스는 미국의 휴전 제안이 "하마스 구성원들을 회의에 모이게 하여 공격하려는 기만술"이었다고 주장하며 미국 주도 외교에 대한 완전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스라엘의 단독 책임 주장과 미국의 딜레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공습 직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책임을 인정했다. 총리실은 "오늘 하마스 최고 테러 지도자들에 대한 조치는 전적으로 독립적인 이스라엘의 작전이었다"며 "이스라엘이 시작했고, 이스라엘이 수행했으며, 이스라엘이 모든 책임을 진다"고 발표했다. 명분으로는 2023년 10월 7일 공격에 대한 보복과 최근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들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은 모호했다. 백악관은 "카타르 내부를 일방적으로 폭격하는 것은...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목표를 진전시키지 않는다"면서도, 동시에 "하마스를 제거하는 것은... 가치 있는 목표"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이것은 네타냐후 총리가 내린 결정이지, 내가 내린 결정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특히 미국이 카타르에 사전 경고를 했는지를 두고 양국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며 신뢰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 백악관은 사전에 공습 계획을 통보하고 카타르에 경고했다고 주장했지만, 카타르는 미국의 경고가 "공습이 시작된 지 10분 후", "폭발음이 들리는 와중에" 전달되었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국가 테러리즘”…전 세계적 규탄 봇물
카타르는 즉각 이번 공습을 "비겁한 이스라엘의 공격", "국가 테러리즘", "국제법과 자국 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으로 규정했다.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는 카타르가 "대응할 권리를 보유"하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천명하고, 진행 중이던 휴전 협상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선언했다.
국제 사회의 규탄도 뒤따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카타르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라고 비판했으며 , 유럽연합(EU) 역시 "국제법 위반"이라며 카타르에 "전적인 연대"를 표명했다. 아랍 연맹 또한 "카타르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비난했다.
주목할 점은 걸프 국가들의 강력한 연대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가장 강력한 어조로 잔혹한 이스라엘의 침략"을 규탄했으며 , 아브라함 협정 당사국인 아랍에미리트(UAE)마저 이번 공격을 "배신적"이라고 칭하며 "아랍 걸프 국가들의 안보는 나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의 위험한 도박, 그 속내는?
이번 공습은 네타냐후 총리가 외교적 해결 대신 군사적 종결을 선택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네타냐후 총리 자신은 이번 공격이 "전쟁 종식의 문을 열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
우선,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반대하는 극우 연정 파트너들을 만족시켜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도모하려는 목적이 크다. 또한 협상 자체를 공격함으로써, 이스라엘 강경파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는 평화 프로세스 자체를 파괴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이번 공격은 수년간 팔레스타인 민족 운동을 분열시키기 위해 카타르를 통한 하마스 자금 유입을 용인했던 네타냐후의 '하마스 자산' 전략이 재앙적 실패로 끝났음을 폭력적으로 파기한 선언이기도 하다. "하마스 지도부가 어디에 있든 타격하겠다"는 공언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 이스라엘은 분쟁의 지리적 범위를 걸프만까지 확장하며 '성역은 없다'는 새로운 군사 독트린을 천명했다.
좌초된 평화, 흔들리는 중동 안보 지형
도하 공습의 파장은 중동 안보 지형 전체를 재편하고 있다. 휴전 협상은 붕괴했고, 아브라함 협정으로 대표되던 아랍-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흐름은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정상화 전망은 사실상 소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안보 우산에 대한 걸프 국가들의 신뢰가 잠식되었다는 점이다. 미군 최대의 중동 기지가 있는 동맹국 카타르에 대한 공격을 미국이 막지 못했다는 인식은 걸프 국가들이 중국, 러시아 등과 안보 관계를 다변화하는 경향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 분석가는 이제 걸프 국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란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고 지적했다.
공습 직후 국제 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며 배럴당 1달러 이상 급등하는 등 경제적 파장도 즉각 나타났다. 결국 도하 공습은 중재자로서 카타르의 역할을 끝내고 , 미국의 위상을 약화시켰으며, 예측 불가능하고 불안정한 중동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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