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가자지구/TV보도영상 캡춰


2년간의 파괴적인 전쟁을 벌여온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13일 아침(현지시간)부터 인질 및 수감자 교환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12일(현지시간) 발표된 이번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중재와 역내 국가들의 외교적 노력이 결합된 결과물이지만, 양측의 상반된 해석과 미해결 과제들로 인해 진정한 평화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해 보인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20개 조항 평화 구상'의 1단계로, 단순한 포로 교환을 넘어 양측의 전략적 계산과 깊은 불신, 국제 사회의 압력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이다. 12일 발표 후 13일 아침까지의 짧은 준비 기간은 이스라엘 국내에서 석방될 수감자 명단에 대한 법적 이의 제기를 허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48명 귀환 vs 2천명 석방...비대칭 교환의 명암

교환 대상은 명확히 구분된다.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 중 생존자 20명이 13일 아침 한꺼번에 석방되며, 사망한 인질 28명의 시신도 함께 송환된다. 이로써 총 48명의 이스라엘인 신원이 확인된다.

이스라엘이 생존 인질의 '일괄 석방'을 강력히 요구한 것은 전략적 고려에 따른 것이다. 2006년부터 5년간 억류됐던 길라드 샬리트 병사 사례에서 얻은 교훈으로, 하마스가 단계적 석방을 통해 추가 양보를 요구하거나 협상을 지연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대가는 상당하다. 이스라엘은 약 2천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기로 합의했다. 이 중에는 살인 및 테러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수감자 250명이 포함돼 있어 이스라엘 국내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지난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구금된 가자지구 주민 1,700명도 석방 대상이다.

이번 교환비율(1:42)은 2011년 샤릿 협상 때의 1:1027보다는 낮지만, 1983년 '지브릴 합의'(1:794)와 함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인질 협상의 극단적 비대칭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특히 2011년 석방된 수감자 중에는 이번 전쟁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되는 야히야 신와르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에서, 중범죄자 석방의 장기적 안보 위험이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트럼프의 개인 외교와 역내 중재국들의 역할

이번 합의는 전통적 외교의 틀을 벗어난 독특한 구조에서 탄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합의를 직접 발표했으며, 이스라엘 의회 연설과 이집트 '가자 평화 정상회의' 참석 등 후속 일정을 계획하며 개인적 관여 의지를 분명히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고, 하마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의 합의 이행을 보장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러한 외교 방식은 국무부 등 전통적 기관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대통령 개인의 신뢰도와 추진력에 의존하는 매우 개인화된 모델을 보여준다.

미국의 주도적 역할 뒤에는 카타르, 이집트, 튀르키예 등 역내 중재국들의 섬세한 노력이 있었다. 협상은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진행됐으며, 이집트는 라파 국경 통제권을 가진 전통적 중재자로서 실질적 지렛대를 보유하고 있다. 카타르는 하마스의 주요 재정적·정치적 후원자로서 하마스의 동의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튀르키예가 주요 중재국으로 포함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전문가들은 이를 하마스의 주요 후원국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혀 외교적 포위망을 구축한 전략으로 분석한다. 하마스가 합의를 거부할 경우 의지할 외부 세력이 없도록 만든 것이다.

"도덕적 승리" vs "영구 종전"...상충하는 해석

이번 합의의 가장 큰 문제는 양측이 그 목적과 최종 목표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이번 합의를 "이스라엘에 위대한 날"이자 "도덕적 승리"라고 칭송했다. 성명은 이스라엘 방위군과 안보 기관에 대한 감사를 명시적으로 포함해 외교적 성과가 군사적 압박의 결과물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섬멸이라는 전쟁의 궁극적 목표는 변함없으며, 인질 교환 이후 군사 작전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암시했다.

반면 하마스 관계자들은 미국, 카타르, 이집트, 튀르키예 등 중재국들로부터 "영구적인 전쟁 종식"을 보장받았다고 주장한다. 한 고위 관계자는 "어떤 팔레스타인인도 무장 해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무기와 저항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는 하마스의 군사적·통치적 역량의 '제거'인 반면, 하마스의 전략적 목표는 무장 저항 운동으로서의 '생존'이다. 1단계 합의는 양측의 단기적 필요를 전술적으로 충족시키지만, 상호 배타적인 전략적 목표를 조정하는 데는 완전히 실패했다.

국제사회 "영구 휴전으로 이어져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합의를 환영하며 "싸움은 영원히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이 이 합의를 전쟁의 최종적 종결로 보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유럽연합도 인질 석방과 인도적 지원 재개를 위한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휴전을 지지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은 공동 성명을 통해 합의를 환영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칭찬했다. EU는 팔레스타인을 위한 16억 유로 규모 지원 프로그램을 제안하며 민간인 고통 완화와 상황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이번 교환의 규모가 크고 72시간이라는 시간이 "극도로" 촉박하여 실행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 사회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즉각적 긴장 완화와 인도주의적 위기 해소에 맞춰져 있다. 이는 하마스의 '영구 휴전' 주장과 일치하는 반면, 하마스 해체를 위한 군사 작전 재개를 고려하는 이스라엘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미해결 과제들...평화로의 험난한 길

합의의 군사적·인도주의적 조치도 포함됐다. 이스라엘군은 합의 승인 후 24시간 이내에 '합의된 선'까지 병력을 철수해야 하며, 포위된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물품 반입도 허용된다.

그러나 인질 교환이 가져올 즉각적인 안도감 너머에는 해결되지 않은 거대한 문제들이 남아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장 해제 문제다. 이스라엘이 정의하는 "완전한 승리"는 하마스의 무장 해체를 전제로 하지만, 하마스는 이를 공개적이고 반복적으로 거부해왔다. 트럼프의 20개 조항 구상은 하마스의 무장 해제를 요구하지만, 이를 강제할 현실적 메커니즘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미래 통치 구조도 논란이다. 트럼프 구상은 팔레스타인 기술관료들로 구성된 임시 행정부를 제안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오랫동안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역할을 반대해왔다. 하마스가 무장력을 유지하는 한 어떤 기술관료 정부도 무력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휴전이 일시적인지 영구적인지에 대한 근본적 해석 차이가 미래 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십 년간의 분쟁으로 당사자 간 모든 신뢰가 파괴된 상황에서, 이번 합의는 순전히 거래적이다. 어느 한쪽이 합의를 위반했다고 인식하는 순간 즉각적인 붕괴와 폭력 재개로 이어질 수 있다.

1단계 합의는 가장 시급한 인질 문제를 먼저 해결했지만, 가장 다루기 힘든 무장 해제와 통치 구조 문제는 해결 경로 없이 그대로 남겨졌다. 인질 위기가 만들어낸 강력한 압력이 양보를 강제하는 동력이었는데, 일단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오면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무장 해제를 강요할 수단은 무엇이며, 하마스가 추가 양보를 할 동기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가자지구와 더 넓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미래는 이번 합의 자체가 아니라, 그 심장부에 자리한 근본적 모순이 과연 해결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전망은 일시적 안도 뒤에 권력, 안보, 주권이라는 해결되지 않은 실존적 질문들을 둘러싼 치열한 정치적·외교적 공방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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