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함/대한민국 해군 공식 폐이스북


대한민국 정부가 올해 말 퇴역 예정인 해군의 첫 잠수함 '장보고함(SS-061, 1,200톤급)'을 폴란드에 무상으로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26일 복수의 군 소식통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승인을 거쳐 폴란드 측에 친서 형태로 전달됐으며, 3조 4천억 원에서 최대 8조 원 규모의 폴란드 차세대 잠수함 도입사업인 '오르카(Orka)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 10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특사 자격으로 폴란드를 방문해 논의한 방산 협력 강화 의지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국은 이미 폴란드와 443억 달러(약 65조 원) 규모의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도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이번 잠수함 양도로 해상 무기체계까지 아우르는 'K-방산 벨트'를 유럽 대륙에 완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폴란드 해군은 현재 심각한 전력 공백에 직면해 있다. 1986년 취역한 구소련제 킬로(Kilo)급 잠수함 'ORP 오르제우(Orzeł)' 1척만 보유하고 있으나 노후화로 작전 운용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과거 노르웨이에서 도입한 코벤(Kobben)급 잠수함 4척은 2021년 모두 퇴역했다. 이로 인해 폴란드는 승조원 자격 유지와 대잠전 훈련을 지원할 수중 플랫폼이 전무한 위기에 처해 있다.

장보고함은 1992년 한국 해군에 인도돼 34년간 약 63만 3,000킬로미터, 지구 15바퀴 거리를 항해했다. 독일 HDW(Howaldtswerke-Deutsche Werft) 조선소의 209급(Type 209/1200) 잠수함을 기반으로 건조됐으며, 1988년 독일 킬(Kiel)의 HDW 조선소에서 건조가 시작돼 1991년 진수됐다. 이 함정은 2004년 환태평양훈련(RIMPAC)에서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John C. Stennis)'호를 포함한 가상 적함 30여 척을 상대로 모의 어뢰 공격에 성공하며, 훈련 기간 단 한 번도 탐지되지 않는 은밀성을 입증한 바 있다.

오르카 프로젝트는 폴란드 해군 현대화 프로그램의 핵심으로, 3~4척의 차세대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폴란드 도날드 투스크 총리는 올해 말까지 사업 파트너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 TKMS(ThyssenKrupp Marine Systems), 스웨덴 Saab, 프랑스 Naval Group, 이탈리아 Fincantieri 등이 경쟁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한 KSS-III Batch-II(3,600톤급)를 제안하고 있다. 이 모델은 수직발사관(VLS)을 통한 순항미사일 운용이 가능해 폴란드의 장거리 타격 능력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수출입은행 등을 통한 장기 저리 금융 패키지와 함께 폴란드 현지 유지·보수·운영(MRO) 센터 설립 및 기술 이전을 제안하고 있다.

다만 장보고함은 독일 HDW사가 설계한 함정으로 핵심 기술과 지식재산권이 독일에 귀속돼 있어, 폴란드로의 양도를 위해서는 독일 정부의 사전 승인이 필수적이다. 독일은 과거 한국이 인도네시아에 209급 잠수함을 수출할 때 승인한 전례가 있다. 한국 정부는 장보고함이 30년 이상 운용된 구형 모델로 독일이 폴란드에 제안하는 최신 모델(Type 212CD)과는 기술적 세대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해군은 11월 19일 장보고함의 마지막 항해를 마친 뒤 함정을 정비창으로 이동시켜 폴란드 양도를 위한 최종 점검 및 개보수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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