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사진: 2016년 인권 변호사 윌리 키마니가 경찰에 의해 살해된 것이 밝혀진 뒤 거리에서 규탄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모습 / IJM 제공

케냐 내 경찰의 권력 남용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 NGO 인터내셔널 저스티스 미션(IJM) 케냐 사무소가 24일 발표한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3%가 지난 2년간 경찰로부터 권력 남용을 직접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2024년 1월부터 9월까지 케냐 9개 지역에서 57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된 케냐 최대 규모의 경찰 공권력 남용 관련 연구다. '사법 시스템의 경찰 책임성 대응 2025 기초연구 보고서'로 발표된 이 연구는 경찰 인권 침해 실태와 사법 제도의 대응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부패·갈취가 가장 심각한 권력남용 유형

조사 결과 경찰 권력 남용의 가장 흔한 유형은 부패·금품 갈취(56%)로 나타났다. 이어 괴롭힘(55%), 불법 구금(15%) 순이었다. 응답자의 70%는 경찰의 불법행위를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지만, '경찰의 남용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특히 피해자의 63%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나 제도 불신, 과도한 비용 때문에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청년층과 비공식 노동자, 사회적 약자가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법제도 신뢰도 바닥, 유죄판결률 극히 낮아

보고서는 경찰 공권력 남용 사건이 신고되더라도 수사가 지연돼 평균 3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고, 유죄 판결 비율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증인 보호 제도 역시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케냐는 2023년 세계 내부 치안·경찰 지수(WISPI)에서 125개국 중 114위에 머물며 국민 신뢰와 법 집행력 모두 크게 후퇴한 것으로 평가됐다. 시민단체 '미싱 보이스'에 따르면 2024년 시위 과정에서만 58명이 경찰의 불법 진압으로 사망했으며, 대부분이 18~35세 청년이었다.

"경찰 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IJM 케냐 사무소 빈센트 차할레 대표는 "수많은 청년이 경찰 폭력으로 목숨을 잃는 현실은 더 이상 방치될 수 없다"며 "이번 보고서는 절망적인 수치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개혁을 통한 희망의 가능성도 제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사법제도를 위해 경찰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케냐 나이로비 시내 전경 / IJM 제공

7대 개혁 방안 제시

보고서는 구체적인 개혁 방안으로 ▲경찰 인권·법치 교육 강화 ▲사법기관 간 협력 및 데이터 공유 확대 ▲독립적 감독기구의 예산 및 독립성 보장 ▲피해자보호기금 가동 ▲증인 보호 확대 ▲디지털 제보·사건 추적 시스템 구축 ▲지역사회-경찰 대화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독립경찰감독청(IPOA)의 아메드 이삭 하산 청장은 "IJM의 보고서는 경찰 책임성 확보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재정과 인력 부족이 해결된다면 경찰 개혁은 훨씬 더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폭력 피해자 생존자 모임인 '케냐 정의 실현을 위한 활동가 모임'의 조세팟 온가요 의장은 "피해자들은 협박, 지연, 침묵에 직면해 있다"며 "정부는 감독기구 강화, 신속한 기소, 피해자 지원 체계 마련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연구는 독립경찰감독청(IPOA)을 비롯해 검찰청, 사법부, 범죄수사국, 국가경찰위원회, 내무조사국, 증인보호청, 피해자보호위원회 등 주요 정부기관의 협력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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