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방 정부가 10일(현지시간) 0시부터 전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2024년 온라인 안전 개정법(Online Safety Amendment Act 2024)'을 시행했으나, 첫날부터 청소년들의 디지털 저항과 연령 인증 시스템의 기술적 결함이 속출하며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Albanese) 총리는 시행 당일 틱톡(TikTok)에 "소셜미디어 대신 책을 읽거나 새로운 스포츠를 배우라"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게시했으나, 정작 차단 대상인 16세 미만 사용자들이 해당 게시물에 수천 개의 조롱 댓글을 남기며 정부의 기술적 무능력을 비웃는 결과를 초래했다. "Still here lil bro(아직 여기 있어, 동생아)", "Can't catch me(날 잡을 수 없어)"와 같은 댓글이 쏟아졌으며, 한 사용자는 "Just wait until we're able to vote(투표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라)"라며 향후 정치적 심판을 경고하기도 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안면 인식 연령 추정 시스템의 허점이다. 일부 청소년들이 자신의 얼굴 대신 반려견 사진을 업로드했음에도 시스템이 이를 통과시켜 계정 생성을 허용한 사례가 보고됐다. 또한 VPN(가상사설망) 제공업체 'Hide.me'는 법안 시행 직전 호주 내 트래픽이 평소 대비 65% 급증했다고 밝혔으며, 구글 트렌드에서는 'TikTok VPN' 검색어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법안은 틱톡, 페이스북(Facebook), 인스타그램(Instagram), 스냅챗(Snapchat), 엑스(X), 레딧(Reddit) 등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대상으로 하며, 유튜브(YouTube)는 일반 플랫폼만 규제 대상에 포함되고 '유튜브 키즈(YouTube Kids)'는 예외로 인정됐다. 교육 및 건강 목적의 구글 클래스룸(Google Classroom), 왓츠앱(WhatsApp), 온라인 게임 플랫폼도 제외됐다.

법의 가장 큰 특징은 처벌 대상이 이용자나 부모가 아닌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이다. 16세 미만 사용자의 계정 생성을 방치하거나 기존 계정을 삭제하지 않은 기업에게는 건당 최대 4,950만 호주 달러(약 3,300만 미 달러)의 민사상 벌금이 부과된다. 청소년이 우회 접속을 하더라도 법적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기술적 장벽을 높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호주 온라인 안전 위원회(eSafety Commissioner)는 플랫폼 기업이 취해야 할 '합리적 조치(Reasonable Steps)'를 "상황에 맞게 공정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제한을 집행하는 것"으로 정의하며, 신분증 업로드 등 특정 기술을 강제하지는 않는 '기술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생년월일을 입력받는 자기신고 방식은 더 이상 합리적 조치로 인정되지 않으며, 신분증 인증, 안면 인식, 제3자 인증 등 복수 수단을 결합해야 한다.

메타(Meta)는 4일부터 16세 미만으로 추정되는 계정의 비활성화를 시작했으나, 수백만 개 계정을 동시에 정지시키는 것은 서버 부하와 성인 사용자 오인 차단 위험 때문에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따라 법안 시행일에도 여전히 활성화된 계정이 다수 존재하며, 청소년들은 이 '회색지대'를 틈타 조롱 게시물을 올릴 수 있었다.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호주 정부는 '이중 블라인드 토큰화(Double-Blind Tokenized)' 방식을 권장하고 있다. 사용자가 소셜미디어에 가입할 때 플랫폼이 직접 신분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정부 인증 제3자 기관으로 연결되며, 인증 기관은 연령 확인 후 개인정보는 제외하고 "16세 이상임"이라는 암호화된 토큰만 전송하는 방식이다.

호주 전자 프런티어 재단(Electronic Frontiers Australia)은 이 법안이 호주를 "디지털 신분증을 강제하는 감시 국가"로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단 의장 존 페인(John Pane)은 "정치적 구호만 요란할 뿐, 기술적 안전성은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자유 프로젝트(Digital Freedom Project)'는 이 법안이 호주 헌법의 '정치적 의사소통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호주 심리학회(Australian Psychological Society)는 성소수자 청소년이나 벽지 거주 청소년들에게 소셜미디어가 정체성을 확인하고 커뮤니티와 연결되는 유일한 생명줄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금지 조치가 청소년들을 정부 감시가 닿지 않는 다크웹(Dark Web)이나 암호화된 채팅방으로 몰아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 법이 완벽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호주 가족들이 거대 기술 기업으로부터 주도권을 되찾는 날"이라며 법안의 의의를 강조했다.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 교수의 저서 '불안 세대(The Anxious Generation)'에서 제시된 소셜미디어와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의 인과관계 이론이 이번 입법의 주요 근거가 됐다.

프랑스는 15~18세 청소년의 밤 1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소셜미디어 접속을 차단하는 '디지털 통금' 제도를 논의 중이며, 그리스는 국가 배포 앱을 통해 기기 수준에서 앱 설치를 차단하는 '키즈 월렛(Kids Wallet)'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페인 등도 유사한 규제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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