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발표 중인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보도영상 캡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가 1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으나, 위원회 내부의 극명한 시각 차이가 드러나며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기존 3.75~4.00%에서 3.50~3.75%로 낮추는 안건을 9대 3으로 통과시켰다.

이번 표결에서 3명의 위원이 반대표를 던진 것은 2019년 9월 이후 가장 많은 반대가 나온 사례다. 특히 반대 의견이 서로 정반대 방향에서 제기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스티븐 미란(Stephen I. Miran) 이사는 0.50%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금리 인하 폭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반면, 오스탄 굴스비(Austan D. Goolsbee) 시카고 연은 총재와 제프리 슈미트(Jeffrey R. Schmid)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연준은 이번 결정과 함께 지급준비금리를 3.65%로 하향 조정하고, 익일물 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3.75%,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3.50%로 설정했다. 특히 "지급준비금 잔액이 충분한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판단하고 단기 국채 매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는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가 아닌 기술적 조정이라고 밝혔다.

12월 성명서는 10월 성명서와 비교해 고용 시장에 대한 우려를 강화했다. "일자리 증가는 올해 들어 둔화되었고, 실업률은 9월까지 소폭 상승했다"는 표현으로 변경하며 고용 둔화 추세를 명시했다.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최근 몇 달간 고용에 대한 하방 리스크가 증가했다고 판단한다"는 문구의 추가였다. 또한 "추가 조정의 범위와 시기를 고려함에 있어"라는 표현을 넣어 향후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요인은 10월 1일부터 11월 12일까지 43일간 지속된 연방정부 셧다운이었다. 이 기간 동안 10월 고용보고서를 포함한 주요 경제 통계 발표가 중단되면서 연준은 제한된 데이터로 정책을 결정해야 했다. 파월 의장은 "제한된 데이터로 인해 정책 결정의 난이도가 높았다"고 인정했다.

민간 고용 데이터인 ADP 전미고용보고서는 11월 민간 부문에서 32,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40,000개 증가를 크게 밑도는 수치로, 다수파 위원들이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근거가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경제전망요약에서 2026년 말 기준금리 중간값은 3.4%로 제시됐다. 이는 2026년 한 해 동안 단 한 차례만 금리를 인하할 것임을 시사한다. 시장이 예상했던 3.00% 수준보다 높아 금리 선물 시장과의 괴리가 확인됐다. 파월 의장은 현재 금리 수준이 "추정되는 중립 금리 범위 내에 있다"고 언급했다.

연준은 2026년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3%로 상향 조정했다. 경제가 잠재 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리 인하 필요성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실업률 전망은 2026년 4.4%로 제시됐으며, 개인소비지출 물가상승률은 2.5%로 예상됐다.

스티븐 미란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해 9월 연준 이사로 취임한 인물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미란 이사의 공격적 인하 주장은 다가올 관세 정책 시행에 대비해 통화정책이 더욱 완화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제프리 슈미트 총재는 10월 회의에 이어 이번에도 동결을 주장한 일관된 매파 성향을 보였다. 통상 비둘기파로 분류되던 오스탄 굴스비 총재가 이번에 동결을 지지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데이터 공백 상황에서 추가 인하가 위험하다는 신중론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정부는 연준 결정 직후인 12월 11일 오전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수장이 참석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했다. 관계 기관 합동으로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연준 내 의견 대립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1월 인하로 2.50%를 유지하고 있어, 미국과의 금리 역전폭은 1.25%포인트가 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데이터에 기반해 인하 시점과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국 증시는 연준의 금리 인하에 안도하며 코스피 지수가 0.79% 상승 출발했고, 삼성전자는 2.22% 올랐다.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은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3월과 6월 추가 인하로 최종 금리가 3.00~3.25%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 반면, JP모건은 연준의 신중론에 동조하며 2026년 단 한 번의 인하만을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2026년 상반기까지 금리 동결 가능성을 제기했다.

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2026년 1월 회의에서 금리 동결 확률을 높게 점치고 있다. 다만 2026년 말 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여전히 연준 전망치보다 낮은 3.0~3.25%를 기대하고 있어, 향후 데이터 발표 때마다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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